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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10주년] 화폐공장 가보니 돈다발 천지인데…"돈으로 안보여요"
입력 2019-06-19 12:01  | 수정 2019-06-19 13:54
18일 경상북도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5만권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조폐공사]

오는 23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앞두고 기념취재를 위해 18일 경북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를 찾았다. 국가 경제의 한 축인 화폐를 찍어내는 곳인 만큼 입구부터 보안 점검이 철저했다.
조폐공사는 화폐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 돈을 찍어내는 화폐본부, 은행권에 사용하는 보안용지를 만드는 제지본부, 전자여권, 전자신분증 등 스마트 ID제품을 생산하는 ID본부, 보안기술을 발굴하는 기술연구원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조폐공사 화폐본부 정문. [사진 제공 = 전종헌 기자]
이날 기자가 발을 들인 곳은 돈을 찍어내는 화폐본부다. 조폐공사로부터 간략한 기관현황 보고를 듣고 가장 먼저 은행권 인쇄 공정을 둘러봤다. 들어서자마자 '윙~윙~' 돈 찍는 소리가 반겼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여기저기 폐쇄회로(CC)TV가 보였다. 돈 공장인 만큼 보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삼엄했다.
주의를 살펴보니 5만원권 다발 천지였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돈다발을 또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열심히 만져보고 들어도 봤다.
불량 없이 '완지'로 생산돼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찍힌 5만원권 10kg 한 뭉치를 한 번 들어보라는 조폐공사 직원의 말에 두 손으로 덥석 안아보기도 했다. 크기는 쌀 10kg과 비슷했다. 이 돈뭉치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5억원이"이라는 직원의 답변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5만원 유통 후 자기앞수표 발행이 왜 현저하게 줄었는지도 짐작케 했다. 10만원 자기앞수표 교환 장수는 2008년 9억3000장에서 지난해 8000장으로 '확' 줄었다고 한다.
기자의 눈에는 5만원권이 '돈'으로 보였지만 조폐공사 직원은 "우리에게는 오직 제품에 불과하다"고 견학 내내 강조했다. 조폐공사 직원들에게 5만원권은 '자부심'이자 '예술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보안 기술력과 품질이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5만원권 위조방지장치. [사진 제공 = 한국조폐공사]
5만원권 낱장에는 무려 22개의 위조방지장치가 녹아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공개위조방지장치는 16개 비공개위조방지장치는 6개다. 5만원권 용지에는 숨은 그림, 돌출 은화, 숨은 은선, 입체형 은선, 형광 색사 위조방지장치가 들어가며, 화폐에 입체감을 주는 '올록볼록' 요판인쇄 작업에서는 볼록 인쇄, 미세 문자, 잠상이 만들어 진다.
평판인쇄 시에는 광간섭 무늬, 무지개색, 앤드리스(Endless) 무늬가 입혀진다. 여기에 색변환 잉크, 형광 잉크, 시변각 장치 외에도 비공개 요소 및 특수잉크 6가지를 포함 총 22가지 위조방지장치가 5만원권 곳곳을 감싼다.
이쯤 되니 5만원권에 대해 숙연한 생각이 든다. 무심코 썼던 5만원권인데, 이날은 남달랐다. 아니 앞으로도 5만원권을 볼 때마다 의미가 더해질 것 같다. 조폐공사 직원이 '우리 제품은 예술품'이라고 한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가는 듯하다.
여기서 잠깐 5만원권 10주년을 앞두고 평가도 해본다.
5만원권은 은행권 중 최고액면이다. 1973년 만원권 발행 이후 경제규모 확대, 물가상승 등에 맞게 은행권 최고액면을 상향 조정,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발행했다. 2006년 12월 국회에서 고액권 발행촉구 결의안 의결을 시작으로 2007년 11월 도안인물 선정→2007년 12월 정부 승인 및 금융통화위원회 의결→2009년 2월 도안 공개→2009년 6월 발행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료 제공 = 한국은행]
발행 추이를 보면 올해 5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은행권 중 5만원권은 금액으로는 84.6%(98조2000억원), 장수로는 36.9%(19억6000만장)로 금액과 장수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용도 확산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5만원권을 소비지출, 경조금 등에 일상적으로 사용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5만원권 용도로는 소비지출에 43.9%, 경조금에 24.6%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 [사진 제공 = 매경DB]
5만원권 발행 초기 5000원권과 색상이 혼동되고 환수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현재는 크게 해소됐다.
김태형 한은 발권국 발권정책팀장은 "5만원권 발행 직후 유사한 황색계열이 사용된 5000원권과의 구별이 어렵다는 민원이 다수 있었으나, 노출빈도 확대로 국민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관련 논란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평가했다.
환수율도 5만원권 발행 초기인 2013~2015년 중 일시 하락했으나 최근 연간 환수율이 60%대 후반이고 누적 환수율도 올해 5월말 현재 50%를 넘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수율이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을 의미한다.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돈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등 돈이 잠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화폐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5만원권 1장이 만원권 5장의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제조, 유통, 보관 등 화폐관리 비용이 만원권과 비교하면 연간 약 600억원 내외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 증가,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지급결제 수단의 발전으로 최근 현금 없는 사회로 가면서 5만원권을 제조하는 조폐공사는 다양한 수익처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화폐 발행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1977년 방글라데시에 타카(Taka) 1억장을 시작으로 화폐 등의 수출을 10여 개국으로 확대했다.
조폐공사 화폐본부에 세워진 품질 표지석. [사진 제공 = 한국조폐공사]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품질과 신기술을 통한 활약을 예고했다. 조 사장은 은행권, 주화, 전자여권, 수표 등 보안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제조 공기업 조폐공사의 화폐본부에 '100-1=0'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징물을 소개했다.
그는 "100개의 제품 중 고객이 99개에 만족하더라도 1개의 제품에 불만족하면 고객만족은 0이라는 뜻"이라며 "품질은 조폐공사의 핵심가치로 고객에게 단 1개의 부적합 제품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폐공사는 위변조 기술을 활용한 신성장 사업 육성, 해외 시장 개척 노력 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4806억원, 영업이익 95억원으로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4910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이 목표다.
[경북 경산 =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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