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적수 피해 지역 가보니
입력 2019-06-18 15:23 
18일 오후 적수 사태가 발생한 인천시 서구의 한 피자집에 정수 필터를 사용하는 매장임을 알리는 쪽지가 붙어있다. 이 매장은 지난달 30일 적수 사태 이후 20% 가량 손님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지홍구 기자]

"시민의 안전을 등한시한 인천시장을 주민소환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정부가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적수) 조사 결과를 내놓은 18일, 인천 민심은 폭발했다.
특히 적수 시발 지역으로 꼽히는 서구지역 주민들은 "결국 인천시가 초동조치를 잘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인천시의 최종 책임자인 인천시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적수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한 서구 검암동 주민들은 "상수도 업무를 책임지는 상수도본부장과 그 직속 간부에 대한 직위해제 소식을 들었다. 당연한 조치다"면서도 "최종 책임자인 인천시장이 사과로 끝낼 일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검암동 A 아파트에 사는 이모씨(62)는 "물은 음식을 만들고 몸을 씻는 생활의 근본이자 국가정책의 근간"이라면서 "치수(治水)에 실패한 인천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수 사태 이후 인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여론은 경서동에서도 감지됐다. 이모씨(39·여)는 "어제 인천시장의 사과 기자회견을 봤다. '감사하다' '도와달라'는 표현을 쓰던데 도대체 뭐가 감사하고 뭘 도와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고 주민소환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열흘 가까이 빵 우유 등으로 대체급식을 하다 전날부터 외부에서 만든 음식을 급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검암동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일부 학부모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초교 앞에서 원생을 기다리던 한 미술학원 관계자는 "남편과 일 문제로 광주와 인천에서 따로 떨어져 살던 한 원생의 어머니가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며 남편이 있는 광주로 이사를 결심하고 학원도 끊었다"면서 "인천에서 살기 싫다는 학부모가 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환경부는 필터 색이 바로 변할 정도라면 물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수질 검사 결과가 기준치 이내니 안전에 아무 이상이 없는 말을 반복했다"면서 "행정기관이 이 수준인데 앞으로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시민고통은 여전했다. 서구 검암동의 한 국수집은 손님으로 북적거려야 할 점심시간에 단 한 명의 손님을 받고 있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적수 사태 이후 물을 정수하고 끓여서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손님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더 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체념 상태를 보였다. 인근 피자집도 "피자는 다른 음식과 달리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도 어떤 물을 쓰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적수 사태이후 매출이 20% 가량 떨어졌는데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피자집은 고육지책으로 매장안에 '녹물과 이물질을 걸러주는 퓨어필터를 사용하고 있는 매장'이라고 써붙였다.
가정집에서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홍모씨(53·서구)는 "24살 아들이 적수로 샤워를 한 뒤 배부분이 가렵다고 계속 긁어 붉게 변했다"면서 "언제까지 이 고통을 견뎌야 하느냐"고 했다. 서모씨(39·서구)는 "적수 사태 이후 지급된 생수라곤 2ℓ짜리 생수 7병이 고작"이라면서 지자체의 지원이 무늬만 지원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생아를 둔 영종도의 한 주민은 "아기 건강이 걱정돼 샤워필터를 설치하고 생수를 이용해 설거지 등을 하고 있다"면서 "샤워필터 설치 20분 만에 필터 색깔이 변해서 이 물로 샤워를 시켜도 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서구·영종지역 적수 피해 주민 대표 10여 명은 이날 인천시청을 항의 방문해 생수 무제한 공급, 피해 보상·지원 계획 마련, 재발 방지 등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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