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14일 뉴스초점-미세 플라스틱의 역습
입력 2019-06-14 20:12  | 수정 2019-06-14 20:44
'당신을 그것을 쪼개고, 자르고, 갈기갈기 찢고, 불사르고, 파묻어도, 그래도 그것은 호락호락하게 죽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이것'의 시대라고 할 만큼 획기적이고 보편적인 발명품.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값싸고 가볍고,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해 우리 생활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된 이 플라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래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초래하게 됐죠.

하지만 우리가 본 건 거북이의 코일 뿐, 거북이 몸속엔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작게 만들었거나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질 때 생기는 직경 5mm 미만의 플라스틱을 말하는데, 우리가 마시는 물, 바르는 화장품, 입는 옷 등등 내 몸, 내 건강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에 들어있습니다. 썩지 않고 오래 가는 성질은 작은 미세 플라스틱도 마찬가지. 먹이 사슬을 따라 물고기가 먹은 미세 플라스틱은 그대로 그 물고기를 먹은 사람 몸에도 축적이 되죠.

얼마 전엔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약 2천 개,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은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한 달이면 21g인 칫솔 한 개 치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미 영국은 비닐봉지를 유료로 판매하고, 각종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독일은 마트에 페트병 수거기를 둬 빈 페트병을 반납하면 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줍니다. 덕분에 페트병 수거율이 94%에 달하고 직접 마시는 물은 페트병이 아닌 유리병을 사용합니다. 우리도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 사용을 자제하자며 종이 빨대를 만드는 등 열심히 따르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죠.

내일부터 열리는 G20 환경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입니다. 인류 최후의 식량 창고인 바다가 이미 플라스틱에 점령당했단 건데, 이젠 환경이 아니라 직접적인 우리 먹거리, 우리 삶을 위해서라도 관심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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