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모든 직책 사퇴
입력 2019-06-14 17:07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50)가 사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잇딴 구설수에 올라 논란이 확대되는데다 양 프로듀서 자신도 마약 투약 연예인을 비호하고 제보자를 협박했다는 의혹에 휘말린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후 양 프로듀서는 YG 공식 홈페이지 YG 라이프에 "저는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입장문을 올렸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지 만 하루 만이다.
그는 "YG와 소속 연예인들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너무나 미안하다"며 "쏟아지는 비난에도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양 프로듀서는 "저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며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현재의 언론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현재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암시했다.
양 프로듀서가 이날 전격 사퇴를 발표하게 된 데에는 소속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23)에게 제기된 LSD 복용 의혹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프로듀서는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2016년 8월 경찰에 밝힌 마약피의자 A씨에게 진술을 바꾸면 처벌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양 프로듀서는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내가 너 같은 애한테 불이익을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SM, JYP와 더불어 국내 3대 연예기획사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에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 그룹인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인 양 프로듀서는 1998년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 빅뱅과 2NE1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지금의 YG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YG는 2011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현재 최고경영자(CEO)는 양 프로듀서의 동생 양민석 씨가 맡고 있다.
경찰은 14일 비아이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경기남부청 마약수사대장이 팀장을 맡았으며, 구성원은 총 16명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마약 의혹은 물론 YG 외압과 경찰 유착 여부 등 언론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 대상자가 많아지거나 복잡해지는 등 상황에 따라 광역수사대 또는 지능수사대 등 추가 인력을 투입해 관련 사안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필요하다면 양 대표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열어놨다.
전담팀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A 씨를 접촉해 기존 주장을 번복하거나 2016년 당시와 사실관계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재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A 씨는 지난 2016년 8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긴급체포된 인물이다. 최근 한 연예전문 매체가 A씨와 비아이의 카톡 내용을 공개하며 비아이 마약구매 의혹 제기와 함께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해 이에 따른 재수사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함께 비아이의 마약구매·투약 의혹과 관련, YG가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제보자를 대리해 비실명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4월께 비아이와 함께 대마를 흡입한 제보자가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와 함께 대마를 흡입한 사실, 시간과 날짜, 장소 등을 모두 진술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마약과 관련한 추문이 불거질 때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마약 의혹에 연루되는 일이 반복되자 세간에선 YG를 '약국'의 이니셜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YG는 올 초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가수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이승현·29)이 운영에 관여한 클럽 '버닝썬'에서 암암리에 마약이 유통됐고, 승리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논란은 더 확산됐다. 앞서 빅뱅의 또 다른 멤버인 지드래곤(권지용)이 마약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TOP(최승현) 또한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팬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수원 = 지홍구 기자 / 박창영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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