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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소재 우려 씻어낸 ‘퍼퓸’, 금쪽같은 월화극 왕좌 [M+방송진단①]
입력 2019-06-14 12:45 
‘퍼퓸’ 포스터 사진=KBS
악재와 우려를 딛고 얻어낸 성취는 그 무엇보다 값지다. 각박한 드라마 판에서 당당히 왕좌를 차지한 ‘퍼퓸은 숱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만큼 성공적으로 안방극장에 안착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은 창의적으로 병들어버린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신성록 분)와 지옥에서 돌아온 수상한 패션모델 민예린(고원희 분), 이 두 남녀에게 찾아온 인생 2회차 기적의 판타지 로맨스다.

‘퍼퓸은 첫 방송부터 단숨에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는 5.0%, 2회는 6.4%(유료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했고, 방송 첫 주 만에 시청률 7%대 그래프를 그리며 월화극 왕좌에 올랐다.

안정적 궤도에 오른 ‘퍼퓸이지만 사실 캐스팅 과정부터 녹록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찌감치 배우 고준희와 에릭이 각각 남녀주인공 물망에 올랐지만 출연이 불발됐고,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고준희의 경우 그룹 빅뱅 출신 승리와의 난데없는 루머 때문에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드라마를 향한 우려의 시선으로 번졌다. ‘퍼퓸은 결국 본 방송이 전파를 타기도 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수차례 오르는 등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여러 고초 끝에 완성된 신성록, 고원희, 하재숙, 차예련, 김민규 라인업은 ‘퍼퓸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약이 됐다.

‘퍼퓸 스틸컷 사진=KBS2 ‘퍼퓸 캡처

소재에 대한 우려도 강했다. ‘퍼퓸이라는 제목을 통해 전면에 내세웠듯이 이 드라마는 신비로운 향수가 핵심 사건의 발단이 된다. 민예린의 찬란했던 20대 모습을 되찾아준 이 향수는 한 번 사용하면 12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설정이다. 평소에는 40대 민재희(하재숙 분)인 주인공이 향수를 뿌리면 20대 모델 민예린으로 변신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 하지만 현실성은 제로인 이 소재는 역시나 유치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적당한 판타지를 섞은 기존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라는 추측도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각의 우려는 온데간데없이 불식됐다. 유치할 줄 알았던 소재는 코미디와 버무려져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그려냈고, 시각적으로 구현된 인물의 변신 과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함까지 갖췄다. 그야말로 용기 있는 시도가 꽤 괜찮은 변화의 선두에 선 셈이 된 것이다. 마음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코드가 적재적소에 배치된 극본의 맛을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차지다.

아직 ‘퍼퓸의 명확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야기 전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주어졌고,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의 사건이 던져졌을 뿐이다. 다만 현재까지 단 4회 방송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건 ‘퍼퓸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과거 트라우마를 안은 채 성장한 인물과 주변의 무관심 속 향수에 의존하게 된 인물을 통해 우리가 아득히 잊고 있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려는 모습은 분명히 읽힌다.

마냥 허황된 판타지처럼만 보이던 ‘퍼퓸.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뚝심으로 제 진가를 제대로 입증할 드라마의 초석을 쌓았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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