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부부…살인죄 적용 어려워
입력 2019-06-14 08:47  | 수정 2019-06-21 09:05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린 부부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학대치사죄로만 이들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1살 A 양의 부모 21살 B 씨와 18살 C 양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B 씨 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A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 진술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부부 중 한 명이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면 '방치 후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 적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부부가 서로 돌볼 거라고 생각해 사망까지 예견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심하게 다툰 이 부부가 당일 오후 늦게 차례로 집을 나간 뒤 아내 혼자 귀가해 다시 외출하기 직전인 같은 달 26일 오후 6시부터 A 양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B 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으며 C 양도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B 씨는 아이가 방치된 지 닷새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 12분쯤 자택에 들어가 안방 아기 침대 위에서 딸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두고 15분 만에 다시 집을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 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 3분쯤 지인인 아는 오빠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숨진 딸을 그냥 두고 10분 만에 재차 외출했습니다.

C 양은 경찰에서 "집에 옷을 찾으러 가려고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다짜고짜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무서워서 아는 오빠에게 부탁해 함께 집에 갔다가 숨진 딸을 발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9시 50분쯤 부평구 한 길거리에서 B 씨 부부를 긴급체포하고 다음 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C 양은 긴급체포된 이후 경찰 추가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며 "서로가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 각자 집을 나갔다"고 자백했습니다.

앞서 B 씨 부부는 최초 참고인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거짓말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C 양의 지인 차량에서 거짓 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 양 시신을 부검한 뒤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종종 아이를 두고 외출한 적이 있다"며 "현재까지 A 양 사인은 미상이며 한두 달 뒤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를 받아보고 사인을 다시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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