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자 떠나자 증시 활력잃는 악순환 반복"
입력 2019-06-13 17:57 
◆ 2019 자본시장 대토론회 ◆
"2009년 이후 국내 증시의 연평균 상승률은 1.9%에 불과합니다. 고위험·고수익 자산인 주식의 수익률이 저위험·저수익 채권을 밑도는 셈입니다. 증시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나 기타 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증시가 더욱 힘을 잃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제자리걸음은 한국 경제의 활력 둔화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대만,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증시가 지지부진한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거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라며 "한국은 이 두 가지 조건에 더해 성장률 둔화까지 겪고 있어 급성질환이 아닌 만성질환형 경제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중동 건설 붐, 3저 호황, 중국 특수 등 강한 성장 동력이 뒷받침될 때 강세장이 나타났다"며 "추동력 부재로 경제 규모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에 비우호적인 규제와 정서까지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말 코스피가 10여 년 전인 2007년 수준으로 후퇴했는데, 이 기간 국내 상장사 당기순이익이 당시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견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2007년 62조원에서 지난해 139조원으로 증가했지만 코스피는 지난해 말 기준 2007년 고점인 2080대 밑에 머물렀다.

김 센터장은 "이는 결국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기업 이익과 주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꼽았다. 반도체 산업은 이익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꾸준한 주가 상승을 이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글로벌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라며 "외국인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의 움직임에 주가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점유율은 30%가 훌쩍 넘고, 삼성전자 신한지주 포스코 등 외국인 비중이 절반 이상인 기업도 여럿 있다.
불투명한 회계 관행도 한국 증시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상장사 4분기 순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37조원이었는데, 실제로는 13조원에 불과했다"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엇나간 추정치는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서 일부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1~3분기에는 손실을 적당히 반영하다가 4분기만 되면 기업들이 빅배스(대규모 손실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저성장 환경에서는 배당의 중요성이 큰데, 인색한 배당 환경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을 가로막고 있다고도 말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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