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럴당 50달러 위협받는 국제유가…정유·화학업종 `먹구름`
입력 2019-06-13 15:22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선이 위협받게 되면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화학업종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4.0%(2.13달러) 하락한 51.14달러로 5개월만에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지는 미중 무역분쟁에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급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늘어날 분위기인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상업 원유 재고는 220만배럴 늘어 48만배럴 감소를 점친 전문가 예상을 뒤엎었다. 이에 더해 댄 브룰렛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저유가에 상관 없이 미국은 원유 생산량을 역대 최대인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200만배럴이지만, 향후 1300만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브룰렛 부장관은 전망했다. 이어 "올해 초반에 경제 성장세가 약간 둔화했지만 경제가 곧 힘이 붙고 원유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석유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국제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선을 위협받게 되자 13일(한국시간) 당장 정유·화학업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가 비쌀 때 사온 원유재고의 가치가 하락하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날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집계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SK이노베이션 5219억원(이하 전년 동기 대비 38.72%↓), S-Oil 2469억원(38.67%↓)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3080억원과 1430억원을 제시했다. 컨센서스보다 각각 44%와 45% 적은 수준이다.
유가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정유업종의 희망이 되고 있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선박이 내뿜는 배기가스의 황산화물(SOx)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도록 강화한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해운사들은 선박에 새로운 탈황설비를 달거나 기존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저유황유를 팔게 되면 정유사들은 기존 벙커C유를 팔 때보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업종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빅3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LG화학 4572억원(34.99%↓), 롯데케미칼 3631억원(48.22%↓), 한화케미칼 1054억원(42.84%↓)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화학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학제품 시황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이 시황에 먼저 반영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하락은 조선업종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선박·해양플랜트 발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작년에 회복세를 보였던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올해 다시 꺾이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발주된 선박은 모두 14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집계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 가량 줄어든 수치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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