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시간 동안 빵 먹은 도둑에게 "고맙다"고 한 빵집 왜?
입력 2019-06-12 11:38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제과점 '써니브레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날 새벽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누리꾼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진 출처 = '써니브레드'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어둠이 내려앉은 빵집에 도둑이 들었다. 그곳에서 도둑은 4시간 동안 빵과 케이크를 맛본 후 돈을 훔쳐 달아났다. 그런데 빵집 주인은 도둑이 먹은 빵의 종류를 추려 '도둑의 픽(pick)'이라며 SNS에 글을 올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 잡은 제과점 '써니브레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 7일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새벽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써니브레드는 글을 통해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4시간 동안 (도둑이) 케이크와 빵 먹는 것을 경찰들과 열심히 시청했다"며 "도둑이 돈보다 빵을 한 번 먹고 네 차례 리필해서 먹는 건 처음 본 상황이라 경찰들도 어이없어한다"고 밝혔다. 이날 써니브레드가 공개한 CCTV 영상 속에서 절도범의 행적을 엿볼 수 있다. 밤 12시 50분께 불이 꺼진 제과점에 침입한 도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머핀을 집어 맛본다. 이내 도둑은 머핀을 몇 개 더 골라 먹는다.
매장을 나간 도둑은 오전 1시 53분께 다시 들어와 유리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에 손을 댔다. 케이크를 먹어치운 그는 바깥으로 나갔으나 또 돌아왔다. 도둑은 계산대에서 30만원 상당의 현금을 훔친 뒤 케이크 두 개를 들고서 오전 4시 30분께 종적을 감췄다.

이에 써니브레드 측은 "돈이야 또 벌면 되는 거고 케이크도 어차피 남은 케이크라 그렇게 화가 나거나 속상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이런 일이 살면서 처음이라 신기할 뿐"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써니브레드 측은 이어 "(절도범이) 빵을 너무 열심히 먹어주셔서 감사하기까지 하다"며 "건강한 빵을 만들기 때문에 고객들 입맛에 맞을까 걱정하는데, 오늘은 조금 어깨가 올라간다"고 밝혔다.
그러자 "도둑이 여러 차례 가져다 먹은 빵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누리꾼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써니브레드는 절도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8일 영업 재개를 알리며 사건 당일 도둑이 취식한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이 빵집은 ▲레몬 머핀 ▲초코칩 쿠키 ▲에스프레소 시나몬 머핀 ▲레몬 파운드 ▲스노우 레몬 ▲당근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등을 거론하며 '도둑의 픽'이라 이름 붙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쾌한 빵집 사장님'이라는 제목을 단 글이 게재되는 등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장사할 줄 아는 사장님"이라며 "도둑이 잡혀서 감옥 갔을 때 사장님이 빵으로 사식을 넣어주면 대박이겠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가게를 털던 도둑도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맛'이라고 현수막을 걸어놔도 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남동의 장발장"이라 부르며 절도범을 희화화하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어느 누리꾼은 "오늘 빵 절도범은 나야 나"라며 인기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를 패러디한 댓글을 남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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