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한 월례비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사현장이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일종의 '급행료' 성격이던 월례비가 사라지면서 철근·콘크리트 등 전문건설업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을 벌였던 양대 건설노조도 법적 근거가 없는 월례비 문제에는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는 월례비 지급 중단 방침을 어기는 회원사에 5000만원의 불이행 벌칙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총회에서 월례비 지급을 전국적으로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별로는 전남·전북·대전·세종·충남 등 지방에선 월례비 지급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협의회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업체 수가 가장 많은 서울 및 수도권은 오는 18일 총회 결과가 나온 뒤 월례비 지급 중단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광주·전남지역 업체 34곳은 최근 3년간 지급한 월례비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업체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회사별 증거자료를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매달 철근·콘크리트 업체로부터 받는 일종의 '사례비'이다. 과거 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담뱃값' '간식비' 명목으로 주기 시작한 돈이 월급 외 월례비란 관행으로 굳어졌다.
월례비는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적폐 관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매달 300만~500만원의 월급을 받는 노조 소속 타워기사들은 월급과 추가수당, 월례비까지 합치면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기도 해 건설 현장에서 '월천(月千) 기사'라고도 불린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원래 타워크레인 장비 임대업체 소속으로, 여기서 임금을 받는다. 종합건설사와 일정 기한의 도급계약을 맺은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타워크레인 기사와는 아무런 고용관계가 없다. 기사들이 철근·콘크리트 업체로부터 받아가는 관행적인 월례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가욋돈이라는 얘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월례비를 안 주면 일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 기한을 지켜야 하는 하도급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는 지역별로 매달 1인당 250만~50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2017년 말 기준 전국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의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평균 345만원이 매달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25만원에 비해 176% 뛰었다.
이처럼 매년 크게 늘어난 월례비 부담은 철근·콘크리트 업체와 타워크레인 기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업체들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기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지난 3일 양대 건설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기치를 걸고 공동파업과 고공 농성에 돌입해 전국 건설현장이 '올스톱'되기도 했다.
월례비를 챙기기 위해 기사 가족이 허위로 취업해 가족계좌로 돈을 받는 등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유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월급과 월례비를 포함한 모든 급여를 모두 자신 명의 통장으로 받으면 소득세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월례비를 지급하는 타워크레인 사용 업체에 가족 또는 친지를 '유령근로자'로 등록시킨 후 입금을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철근·콘크리트 업계의 월례비 지급 중단 결정에 대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와 건설업체 간 '힘겨루기'는 불가피하겠지만 양대 노조는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례비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뒷돈'인 데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평균 수입이 건설노조 내 다른 조합원들의 수입보다 월등히 많아 강하게 반발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양대노조의 타워크레인 지부 집행부는 월례비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노총 측은 월례비 지급 중단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광주·전남 등에서 준비 중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월례비 관행은 노사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월례비는 급행료 성격과 금지된 작업을 시키면서 준 입막음용 성격이 있는데 불법작업의 대가로 해석한다면 건설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업계에선 일종의 '급행료' 성격이던 월례비가 사라지면서 철근·콘크리트 등 전문건설업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을 벌였던 양대 건설노조도 법적 근거가 없는 월례비 문제에는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는 월례비 지급 중단 방침을 어기는 회원사에 5000만원의 불이행 벌칙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총회에서 월례비 지급을 전국적으로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별로는 전남·전북·대전·세종·충남 등 지방에선 월례비 지급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협의회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업체 수가 가장 많은 서울 및 수도권은 오는 18일 총회 결과가 나온 뒤 월례비 지급 중단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광주·전남지역 업체 34곳은 최근 3년간 지급한 월례비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업체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회사별 증거자료를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매달 철근·콘크리트 업체로부터 받는 일종의 '사례비'이다. 과거 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담뱃값' '간식비' 명목으로 주기 시작한 돈이 월급 외 월례비란 관행으로 굳어졌다.
월례비는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적폐 관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매달 300만~500만원의 월급을 받는 노조 소속 타워기사들은 월급과 추가수당, 월례비까지 합치면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기도 해 건설 현장에서 '월천(月千) 기사'라고도 불린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원래 타워크레인 장비 임대업체 소속으로, 여기서 임금을 받는다. 종합건설사와 일정 기한의 도급계약을 맺은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타워크레인 기사와는 아무런 고용관계가 없다. 기사들이 철근·콘크리트 업체로부터 받아가는 관행적인 월례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가욋돈이라는 얘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월례비를 안 주면 일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 기한을 지켜야 하는 하도급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는 지역별로 매달 1인당 250만~50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2017년 말 기준 전국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의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평균 345만원이 매달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25만원에 비해 176% 뛰었다.
이처럼 매년 크게 늘어난 월례비 부담은 철근·콘크리트 업체와 타워크레인 기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업체들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기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지난 3일 양대 건설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기치를 걸고 공동파업과 고공 농성에 돌입해 전국 건설현장이 '올스톱'되기도 했다.
월례비를 챙기기 위해 기사 가족이 허위로 취업해 가족계좌로 돈을 받는 등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유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월급과 월례비를 포함한 모든 급여를 모두 자신 명의 통장으로 받으면 소득세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월례비를 지급하는 타워크레인 사용 업체에 가족 또는 친지를 '유령근로자'로 등록시킨 후 입금을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철근·콘크리트 업계의 월례비 지급 중단 결정에 대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와 건설업체 간 '힘겨루기'는 불가피하겠지만 양대 노조는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례비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뒷돈'인 데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평균 수입이 건설노조 내 다른 조합원들의 수입보다 월등히 많아 강하게 반발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양대노조의 타워크레인 지부 집행부는 월례비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노총 측은 월례비 지급 중단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광주·전남 등에서 준비 중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월례비 관행은 노사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월례비는 급행료 성격과 금지된 작업을 시키면서 준 입막음용 성격이 있는데 불법작업의 대가로 해석한다면 건설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