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아랫목 강남부터…서울 아파트값 다시 꿈틀
입력 2019-06-11 17:48  | 수정 2019-06-11 19:54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매경 DB]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 단지 상당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다시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앞세워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로 옥죄는 등 재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 원리보다는 미봉책 위주였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약발이 떨어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서초구 반포동의 한강변 랜드마크인 '아크로리버파크'가 대형 물건에서도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112㎡(공급면적 150㎡) 주택형이 이날 최고가인 37억3000만원에 실거래로 신고됐다. 지난 4월 거래된 9층 물건으로 3.3㎡(평형)당 8200만원꼴이다. 지난해 9·13 대책 직전인 8월 말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의 21층 물건이 36억원에 거래된 이후 8개월 만에 신고가를 갈아치운 셈이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면적 164㎡ 대형 평수도 지난달 41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2월 동일 면적·동일 층의 40억원 거래 이후 신고가를 새로 쓴 바 있다. 지난해 소형 평수에서 매매가가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는 루머가 떠돌면서 서울 집값을 폭등시켰던 단지인 만큼 또다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는 전용면적 76㎡ 10층 물건이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 물건은 지난해 4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1년여 만에 매매가 재개된 케이스다.
강남구에서도 신고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한 개포주공7단지 전용 60㎡ 11층 매물이 지난달 1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 13층 매물이 14억1000만원까지 거래됐다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직격탄을 맞고 올해 2월에는 13억500만원까지 가격이 빠진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14억2000만원(5층)과 14억3000만원(11층) 매물이 연거푸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점을 넘어섰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는 이달 들어 전용 168㎡ 14층 매물이 21억1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4월 17억1000만원(5층)의 직전가보다 무려 4억원 높은 시세로 거래됐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과 신축, 중소형과 대형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잠재 수요가 여전히 탄탄한 강남 아파트에 대해 시장원리를 거슬러 가격을 억누르려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데 결국 강남 아파트로 돈이 모이고 있고, 입지로는 재건축단지를 이길 곳이 없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생각하며 뭉칫돈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대출과 세금 등 정부가 초고강도로 부동산 투자를 조여 놓은 상황에서 이런 상승세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꽤 많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입지와 규모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강남 재건축 시장 반등을 이끌고 있는 대치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만 봐도 녹물이 나오고 주차가 안 되는 등 실제 주거환경은 형편없지만 주변 교통·교육·생활인프라스트럭처는 '넘사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디벨로퍼 대표는 "최근 HUG가 분양가상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기준을 휴일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을 보고 정부가 손에 쥔 카드도 없이 다급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적어도 강남 요지 새 아파트는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추세로 가고 있고 거기까지 가야 시장 스스로가 그 지지선을 바탕으로 안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강남에서 신고가 행진이 나오자 강북 핵심지 아파트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는 지난달 전용 84㎡가 12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말 한강맨션의 전용 101㎡ 매물은 22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작년 11월 22억8000만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강남3구나 용산 등 '부촌'을 벗어나도 재건축의 반등은 목격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전용 32㎡가 2월 말 2억3000만원에 팔렸지만 4월 말에는 2억7000만원에 거래돼 2개월 만에 17%가량 가격이 뛰었다.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작년 9·13 이후 5억1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4억3000만원으로 바로 떨어졌고, 이후 3억원대 중반으로 추락했으나 올해 5월 거래를 보면 3억9000만원에 팔려 완연한 회복세다. 한 은행권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주택수요 분산과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정부의 쓸 만한 카드가 다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가 서울 아파트값 향방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