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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부동산] 동·호수 `탁구공` 뽑았는데…한 단지에 중복번호 두 쌍이나
입력 2019-06-11 17:21  | 수정 2019-06-12 14:56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 아파트(408가구)가 조합원 동·호수 중복추첨 논란에 휩싸였다. 10일 부동산업계와 해당 단지 조합원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열린 조합원 동·호수 추첨에서 똑같은 동·호수가 적힌 추첨표가 중복으로 나왔다. 일반 분양에 앞서 조합원 분양을 위한 절차인 '동·호수 추첨'에서는 재건축 후 들어설 신축 단지의 동과 호수를 미리 배정받는다. 특히 추첨에 따라 결정되는 층수나 호수에 따라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합원 입장에서 가장 예민한 절차 중 하나로 꼽힌다.
중복추첨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전산 추첨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탁구공을 뽑는 옛날 방식을 선택해 진행하면서 '실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른 재건축 단지는 금융결제원의 도움을 받아 전산 방식을 통해 동·호수 추첨을 진행하기도 한다. 반면 반포우성은 큰 투표함에 동과 호수를 적은 탁구공을 집어넣은 후 이를 순서대로 뽑는 방식으로 동·호수 추첨을 진행했다. 그 결과 1개동에서 똑같은 동·호수가 적힌 탁구공이 각각 2쌍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 관계자는 "동·호수 추첨 준비 과정에서 같은 번호를 적는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하자 조합원들은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동·호수 추첨은 층과 향을 비롯해 집값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일"이라며 "아예 전산투표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했으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당초 중복번호를 뽑은 조합원들끼리만 다시 뽑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유야무야됐다. 일부 조합원은 전체 동·호수 추첨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추첨을 마친 조합원들 중 만족할 만한 층·향을 배정받은 조합원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 조합원은 "두고두고 말이 나올 수 있고 나중에 이로 인한 법적 분쟁까지 번질 수 있으니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이러한 동·호수 추첨 문제로 갈등을 겪은 선례가 있다. 북아현 1-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신촌'의 경우 조합원 동·호수 추첨 때 일반분양 및 임대물량과 뒤섞여 추첨이 진행되는 바람에 견본주택 개관이 상당 기간 지연된 바 있다.
조합 측은 해당 사안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추첨을 끝낸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복추첨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결론이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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