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보험이 일부 판매 현장에서 본연의 '보장'기능보다는 노후 목돈이나 연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둔갑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치매보험을 팔다보니 실적에만 열을 올린 결과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치매보험 출시 4개월 만에 당초 판매 목표 5만건을 달성하는 등 치매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한 보험사에서만 한 달 평균 1만건을 판매한 것으로, 전체 보험사로 보면 적어도 월 10만건 이상씩 치매보험에 가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치매보험의 경우 일찍이 상품을 출시한 일본보다 치매진단 요건이 덜 까다롭고 경증치매에 대해서도 평균 보험금이 2배 이상 달하는 등 과열양상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문제는 치매보험 판매 경쟁이 심화하다보니 과도한 보장에 더해 해지 시 환급율도 높아지면서 일부 판매 현장에서 저축성 보험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39세 남자가 월 8만5000원씩 15년간 치매보험에 보험료를 납입하면 15년 시점에 총 납입보험료(1578만원) 대비 해지환급률이 118.0%(1864만원), 40년 후 194.3%(3068만원)라는 점을 상품 안내 가장 첫 줄에 표기하고 빨간색으로 강조한 것도 확인됐다. 상품의 중요 순위에서 치매보장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해지환급률이 가장 먼저 등장한 셈이다.
이렇게 판매된 치매보험의 경우 소비자가 일정 기간 이상 보험료를 불입하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면 한 푼도 손에 못 쥔다. 앞서 언급한 보험사 상품도 10년간 보험료를 납입해도 해지 시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0'원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치매보험의 해지환급률이 높아 일선 현장에서 이점을 부각할까 우려한다"면서 "저축성 보험으로 판매될 수 있어 설계사들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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