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3년만에…세운지구 주택공급 `스타트`
입력 2019-06-09 17:24  | 수정 2019-06-09 21:00
오는 28일 견본주택 개관과 함께 분양에 나서는 힐스테이트 세운 조감도. [사진 제공 = 현대엔지니어링]
2006년 서울 청계천·을지로 주변 세운상가 일대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이하 세운지구)'로 지정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 말 아파트가 분양된다. 광화문·을지로·명동 등 서울 강북 중심지와 직결되는 업무·상업 핵심 요지에 자리 잡은 세운지구에 주택 공급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종로 젊음의 거리와 삼청동·익선동·인사동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가 인접해 20·30대 젊은 직장인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입정동 세운3-1, 3-4·5구역에 들어서는 최고 27층, 998가구(일반분양 899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힐스테이트 세운'이 이달 28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지하철 4개 노선(1·2·3·5호선)이 도보 거리에 위치했고 서울 전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다양한 버스 노선도 이용할 수 있는 뛰어난 교통 입지가 돋보인다.
힐스테이트 세운은 모든 가구가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아파트로 도심에 근무지를 가진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에 적합하게 지어질 전망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을 도심에 근무하는 고소득 직장인들로 잡았기 때문에 고급화된 소형 주택으로 짓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빼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운지구가 재개발 초기단계여서 분양가격은 미래 가치에 비하면 높지 않게 책정될 전망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사업자 간 분양 보증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소형 아파트들이어서 예상 분양가격이 9억원 이하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중도금 대출이 원활할 전망이다.
종로와 청계천 일대에 조성된 세운상가는 1968년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로 세워졌다. 1990년대 초반까지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호황을 누렸지만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서고 강남 개발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슬럼화돼 사실상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재개발에 나섰다. 전체 개발 면적이 43만8585㎡에 달하고 크게 8개 구역, 세부적으로 총 169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서울 도심 최대 재정비 사업이다.
세운지구는 중심업무지구와 인접해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풍부한 생활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개발이 지체되면서 극심한 주택 공급 가뭄을 겪었다. 재정비지구 지정 2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컸고, 주민 대다수가 영세한 토지주들이어서 보상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힐스테이트 세운은 2009년 입주한 남산센트럴자이 이후 세운지구에서 10년 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다.
6-3구역에서도 대우건설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다. 6-3-4구역은 올해 하반기 614가구, 6-3-3구역은 내년 상반기 약 7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6-3-1·2구역에 들어선 '을지로 써밋타워'에는 이달 초 대우건설이 본사를 이전했다.
세운3구역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세운4구역에는 2023년까지 최대 18층짜리 호텔 2개동, 업무시설 5개동, 오피스텔 2개동 등 9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시행자,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를 각각 맡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올해 초 세운3구역에 위치한 냉면 맛집인 을지면옥 등의 보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인 다른 사업지들은 개발이 잠정 보류된 상태다. 시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원치 않는 주민들을 위해 세운5구역에 공구상과 기계·부품 장인들이 입주할 수 있는 상가·공장을 건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운지구가 서울 사대문 안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좌측으로는 광화문 상권, 우측으로는 패션 메카로 도약한 동대문 상권, 남측으로는 넘치는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명동상권을 연결하는 서울 도심 최대 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세운지구 재개발이 모두 마무리되면 총 1만가구에 달하는 주거와 업무·상업시설이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재탄생해 도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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