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산가치·배당매력…롯데칠성의 재발견
입력 2019-06-09 17:06  | 수정 2019-06-09 20:05
주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액면분할 이후 한 달 동안 주가가 하락한 롯데칠성(대표 이영구·김태환)이 마지막 주주 친화정책 카드로 자산 재평가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개발 압박을 받고 있는 서울 서초동 용지는 롯데칠성 장부 가격으로 4000억원만 반영돼 있지만 현재 가치는 2배가 훌쩍 넘기 때문에 이 종목의 저평가 가치가 크게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올해 롯데칠성이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로 실적 증가에 따라 배당까지 늘릴 가능성이 높아 올해 액면분할·배당 확대·자산 재평가로 이어지는 주주친화 '3종 세트'를 완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 주가는 액면분할 공시(3월 6일) 이후 이달 7일까지 3.8% 하락했다. 당시 공시를 통해 롯데칠성은 1주당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지만 이후 주가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하락했다"며 "실적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코스피 하락과 정부의 각종 조사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지난 1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데 이어 4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에서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MJA와인'을 통해 자사 와인을 판매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MJA와인은 롯데칠성음료 100% 자회사였다가 2017년 이후 롯데지주가 지분 100%를 인수했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11.7%를 보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MJA와인이 롯데칠성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안 돼 오너 일가가 큰 폭의 사익을 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각종 조사가 마무리되면 롯데칠성이 떨어진 주가 회복을 위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롯데칠성 지분 8.98%를 보유한 2대 주주여서 이 상장사의 현금 배당은 지속되고 있다. 롯데칠성은 작년 순이익 500억원 적자에도 주당 27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올해는 흑자로 돌아서는 만큼 주당 배당금이 2배 이상 뛴 6283원에 달할 전망이다. 실적 개선에 따라 배당할 '실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이 업체가 생산하는 탄산음료와 커피, 생수 등이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50년 만에 하는 주류세 개편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주류세 개편으로 수입맥주와의 주세 부담 차별이 사라지며 최근 가격 인상에도 경쟁력이 확보된 것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떨어지며 용기 등 원재료 부담이 줄고 있는 것도 호재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주 '처음처럼' 출고가는 7.2% 인상됐고 맥주 '클라우드' 출고가격도 10.6% 올랐다"며 "작년과 같은 무더위만 전제된다면 롯데칠성음료이 올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99억원, 549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41.1% 늘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하는 것이다.
금싸라기 땅을 보유한 롯데칠성의 자산가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KCGI가 한진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이 그룹이 보유한 주요 부동산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산 재평가는 액면분할, 배당 등과 함께 주요 주주 친화정책으로 꼽힌다.
1976년 롯데칠성음료 공장이 세워졌던 서초동 용지는 2000년 공장 이전으로 현재 물류창고 등으로 쓰이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용지 크기가 4만3438㎡에 달해 강남역 삼성타운(2만4000㎡)보다 2배나 크다. 서초동 용지는 2009년 말 토지평가를 통해 4000억원으로 롯데칠성 장부가액에 반영돼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10년간 부동산 상승률과 인근 지역 시세를 고려하면 1조원은 훌쩍 넘을 것"이라며 "올해 실적 기준 롯데칠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7배인데 이 땅 가치만 제대로 반영해도 PBR가 0.5~0.6배 수준까지 뚝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롯데칠성 주식을 각각 42억원, 64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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