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옥수`역 이름은 우물에서 유래?…숨겨진 지하철역 이야기
입력 2019-06-07 16:24 
'역에 담긴 우리 이야기' 펀딩 프로젝트의 책자 예시 사진. '빛자리'는 책을 통해 지하철역마다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빛자리' 제공]

"홍대 입구 9번 출구에서 보자" "강남역에서 만나"
우리가 흔히 약속장소를 잡을 때 쓰는 말이다. 사람들은 본인이 사는 동네 이름보다도 근처 지하철역 잘 기억한다. 그만큼 지하철은역은 우리삶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지하철역 이름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지하철 ①,②,③호선, '역'에 담긴 우리 이야기' 펀딩 프로젝트를 기획한 '빛자리'는 바쁜 일상에 지쳐 무심코 지나친 지하철역의 이름과 역사,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알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7일 기준 목표금액의 400%를 넘긴 414만원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빛자리'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역사(驛舍)는 우리의 옛이야기가 담긴 곳"
정혜원·백채원 두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빛자리'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의 색을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중국과 일본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역사를 다루는 책 펀딩 프로젝트를 계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지하철역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는 순간 원하지 않더라도 정차 때마다 역 이름을 알게 되죠. 이 작은 관심을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연결고리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빛자리'는 1~3호선 역마다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조사했고, 이를 책에 담았다.
예를들면 조선시대에 맛이 좋아 왕에게 바치곤 했던 '옥정수' 연못물이 있던 곳이 지금의 옥수역이 되었다거나, 광복 후 명동 근처 중국대사관에 모여 살았던 중국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을지문덕'의 이름을 딴 을지로가 역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식이다. 각각의 역을 소개할 때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주변 장소들도 지도에 나타냈다. 젊은 세대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장점을 살려 책마다 레이아웃과 그래픽에도 신경 썼다. 1호선은 옛날 신문, 2호선은 현대적 분위기, 3호선은 전통적 느낌의 디자인을 가미했다.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역에 대한 이야기는 길어도 네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핵심만 넣었다.
◆ "'역알못' 젊은 세대, 지하철역 통해 관심 갖길"
'빛자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세대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은 '빛자리'의 정혜원, 백채원 디자이너가 프로젝트를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빛자리' 제공]
현재 '역에 담긴 우리 이야기' 프로젝트 책에 실릴 글은 70% 정도 완성된 상태다. '빛자리'는 책뿐만 아니라 역사(驛舍) 그림이 그려진 공책, 각 호선의 그래픽이 담긴 스티커도 제작하고 있다. 추후 4~9호선을 다룬 책 또한 만들 예정이다.
'빛자리'는 이 프로젝트가 젊은 세대들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모든 역사를 알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역을 지나칠 때마다 그곳의 문화와 역사를 떠올리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역을 소중히 여길 수 있지 않겠냐는 것. 빛자리 관계자는 "독자가 자신과 가장 밀접한 역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 그것 자체로 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와는 다르게 정차 역을 알리는 방송에 귀 기울이며 지나치는 곳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그곳은 지하철역이었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