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자담배 `니코틴 증기` 만성 기관지염 유발
입력 2019-06-07 13:27 
[사진 제공 = 미국흉부학회]

니코틴이 든 액상형 전자담배 증기가 기도 내벽에 점액을 축적시켜 기도의 노화를 부추기고, 심한 경우 만성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티아스 살라테 미국 캔자스대 메디컬센터 교수 연구진은 마이애미대 의대, 마운트사이나이 메디컬센터와 함께 배양된 인체 기도세포를 액상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증기에 노출시킨 결과, 세포 표면에 달라붙은 점액이나 가래 등이 잘 제거되지 않는 '점막섬모 기능장애'가 나타났다고 미국흉부학회지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의료학 저널' 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니코틴 성분이 함유된 전자담배 증기는 'TRPA1' 수용기를 통해 인체 기도의 점막섬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이에 따라 기도가 더 빨리 노화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의 구조가 사람과 가장 유사한 양(羊)을 활용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전자담배 증기에 노출된 기도에서는 점막섬모 기능장애가 발견됐다. 기도 내벽의 가래, 분비물 등 점액의 점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더 끈적끈적해진 점액은 잘 흐르지 않고 표면에 달라붙어 점점 쌓여 갔다.

점막섬모 기능장애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낭포성 섬유증 등 많은 폐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살라테 교수는 "기도 내벽에 점액이 제거되지 않고 쌓이면, 감염과 부상으로부터 폐 공기 순환의 주 통로인 기관지를 보호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전자담배 이용자들 역시 일반담배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목에 가래가 자꾸 쌓이는 등 만성 기관지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전반적으로 덜 해롭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기관지염에 있어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살라테 교수는 "같은 개수의 담배를 피운다 하더라도 액상형 전자담배는 증기 형태로 니코틴을 유입시키는 만큼 기도 내벽에 달라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담배보다 오랜 시간 기도가 고농도 니코틴에 노출될 수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가 점막섬모 기능장애를 유발해 만성 기관지염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는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보다도 덜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이코스'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담배는 대부분 액상형 전자담배가 아니라 담배를 찌는 방식의 궐련형 전자담배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담배와 비슷하고 타르 함유량은 일반담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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