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핵·화웨이·강제징용' 화두…이달 말 G20 계기 정상외교 주목
입력 2019-06-07 11:09  | 수정 2019-06-14 12:05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한 정상외교를 합니다.

한국으로선 중국 기업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서 나갈 방향을 가늠하고,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는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이 확정된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할 예정으로, 외교가에서는 G20 정상회의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오사카에서 만나는 방향으로 교섭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한중 간에 이와 관련한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오늘(7일) "한국과 중국이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오사카에서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이나 중국과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약화한 북한과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채우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미중간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히려 관심은 과연 화웨이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을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화웨이의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5G(5세대) 네트워크의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에둘러 요구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 '화웨이 구하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화웨이가 러시아 최대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현장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반(反) 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그냥 미국이 바라니까 (화웨이 압박에) 동참하는 것인지, 옳고 그름을 한국 정부에서 판단해야 하고 기업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화웨이 장비사용을 놓고 미·중간 갈등이 본격화하는 미묘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하게 된 셈입니다.

자칫 양국 모두 한국을 향해 화웨이 문제에서 자신들의 편에 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한국의 난처한 상황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지금의 북핵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원만한 공조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입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및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대화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결국 한미·한중 정상회담은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부각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을 이어가야 하는 고난도 외교방정식인 셈입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오사카에서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도 관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G20 정상회의 계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손님을 초대해놓고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데 따를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개최 기간 한일 양국이 현지에서 국방장관회담을 여는데 극적으로 합의한 것처럼, 한일정상회담도 유사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현재로선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만 확인해도 갈등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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