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가 자체브랜드(PB) 영역을 식품에서 생활용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해 값싼 가격으로 소비자 편의를 넓히겠다는 차원이지만 기존 골목 소매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해 론칭한 PB '아임e'의 영역을 최근들어 넓히고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식품 카테고리만 소개돼있는 것과 달리 매장에서는 ▲행주 ▲수세미 ▲고무장갑 ▲위생백 ▲위생장갑 ▲지퍼백 등 주방·생활용품을 PB로 개발해 판매 중이다.
가격대는 고무장갑(M) 1800원, 위생장갑(50매) 1100원, 위생백(150매) 1100원 등으로 기존에 판매되는 스테디셀러 제품보다 절반 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PB '유어스'의 생활용품 제품을 잇따라 론칭하고 있다. 품목은 롤티슈(30롤), 과탄산소다세탁세제(6입), USB멀티탭3구(1.8M), 고무장갑, 수세미, 세면타올 등으로 다양하다. 가격대는 일반 제품보다 30~40% 가량 낮다.
기존 편의점 PB 생활용품 카테고리는 종이컵과 나무젓가락, 머리끈 등 편의를 위해 소량으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1~2인 가구의 편의점 이용이 증가하면서 수퍼마켓과 비슷한 구색을 갖추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 유통 브랜드와의 협업도 PB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GS수퍼마켓, 헬스앤뷰티스토어 랄라블라에서는 모두 PB 유어스를 판매한다. GS리테일은 최근 수퍼마켓과 편의점의 상품기획(MD) 인력을 통합하기도 했다.
이마트24 지분 100%를 보유한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의 PB를 갖추고 있다. 예로 노브랜드 고무장갑 제조사에서 로고만 아임e로 바꿔 이마트24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규모의 경제에 따라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제품을 PB로 바꾸게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GS리테일과 이마트처럼 대형 점포를 갖추고 있는 기업이 대규모 발주를 넣을 때에는 단가가 맞춰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PB 강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그동안 편의점은 점포수가 4만여개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높다는 특성 때문에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달리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빗겨갔다. 그러나 PB 확대 추세가 계속될 시 소형 소매점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임원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회장은 "편의점 PB 중 생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는 높지 않다"면서도 "재고 밖에 되지 않는 무분별한 PB 확장이 계속 될 시에는 수퍼마켓은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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