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봉준호와 든든한 송강호, 그것이 날아오른 ‘기생충의 가장 분명하고도 널리 알려진 팩트지만, 숨겨진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더 박수 받아야 할 일등 공신들이 있다. 바로 조여정 그리고 이정은의 팀플레이다.
‘기생충에서 처음을 함께 하는 두 사람은 끝까지 저마다의 색깔로 하드캐리 한다. 조여정은 가벼운 듯 무겁게, 이정은은 무거운 듯 세고 강력하게. 영화가 끝난 뒤 두 사람의 존재감은, 짙은 여운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칸에서 유력한 남우 주연상에 오른 송강호에 조금도 밀리지 않을 만큼.
영화는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통해 도전을 게을리 해 오진 않은 그녀의 내공이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오랜 기간 ‘칸의 여왕으로 불려온 전도연의 수식어를 (실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나눠 써도 이견이 없을 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뽐낸다.
극중 박사장네 오랜 집사로 분해 등장해 거의 모든 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이정은은 또 어떤가. 마치 1인다역을 소화하는 사람처럼 봉 감독의 쉴 새 없는 변주에 기가 막히게 녹아드는 그는 눈빛과 표정 목소리까지 변화무쌍함과 디테일을 동시에 갖춘 입체적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극이 진행될수록 호화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특히 다시 돌아와 박사장네 초인종을 누르는 이정은의 인터포씬은 가히 ‘기생충의 시그니처 장면으로 꼽을 정도로 강렬하다.
실제로 조여정은 인터뷰를 통해 (이정은 선배의 연기는) 보고 있으면서도 놀랍다. 정말 내공이 깊고 매력이 넘친다. 함께 하는 신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면서 언니의 어떤 장면은 넋을 놓고 보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까 싶다. 틀이 없는 듯한 연기,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느낌”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기생충을 본 관객들 역시 두 사람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국내 흥행 성적이 승승장구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어쩔 수 없이 갈릴 수밖에 없는 숙명. 그럼에도 그것과는 별개로 두 배우에 대한 평가만은 칭찬 일색이다.
이건 조여정의 영화다” 예쁜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력 최고” 역시 장르 불문 내공을 쌓아온 배우는 다르다” 믿고 보는 배우 이정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무조건 응원합니다” ‘기생충을 진짜 살린 건 이정은” 최고의 명배우”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
장르, 분량, 매체를 불문하고 우직하게 연기의 길을 걸어 온 두 배우. 서로 다른 색깔의 다른 내공, 필모를 지녔지만 비로소 ‘기생충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났다. ‘기생충를 향한 뜨거운 찬사와 함께 그녀들의 이름을 더 뜨겁게 부르고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350만을 가뿐히 넘고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독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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