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적자신·주가방어…자사주 사는 오너들
입력 2019-06-04 17:43  | 수정 2019-06-04 19:47
코스피가 2000선으로 내려오자 대기업 오너들과 전문경영인(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시동을 걸고 있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대주주나 CEO가 지분을 늘리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통상 자사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KCC, HDC 등은 오너 일가와 CEO를 중심으로 최근 한 달 새 각각 30억원 내외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KCC, HDC, LS, 현대그린푸드, 녹십자홀딩스 등 6개사는 최근 한 달 동안 주요 주주와 임원이 1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한양증권 역시 CEO가 자사주를 집중 매입해 한 달간 총매입 규모가 5억원을 넘어섰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들이 보내는 저평가 신호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의 두 수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 눈길을 끈다. 반도체 담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주당 4만2882원에 삼성전자 주식 2만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가액은 10억7200만원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역시 지난달 22~24일 10억6554만원어치의 자사주를 집중매수했다. 고 대표의 평균 취득 단가는 주당 4만2662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고위 임원들의 대규모 매수가 나왔다. 1월 2건, 3월 2건, 4월 1건 등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있었지만 1억원 미만이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1분기 매출 27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6.64%, 영업이익은 50.33% 늘어난 수치다. 갤럭시S10의 양호한 판매 실적과 5G(5세대)폰 선점 효과가 1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기업분석팀 부장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역시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분기 41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2분기 3082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4분기에는 4000억원대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KCC 역시 오너와 그 일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 정몽진 KCC 회장이 25억원, 정 회장의 장녀 정재림 이사대우가 15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KCC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 대비 낙폭이 과대했던 주가에 대한 방어 차원으로 해석된다. KCC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817억원, 228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영업이익은 58.9% 감소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KCC의 주가는 18.9% 하락했다.
정몽규 HDC 회장도 29억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지난달 29일과 31일에 걸쳐 매입했다. HDC는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지분 스왑 과정에서 발생한 공매도와 신주 발행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나타난 희석 우려 등으로 장기 주가 하락이 지속돼 왔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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