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최고시속 1200㎞급 초고속 초전도 열차의 핵심 엔진 기술을 개발했다. 냉동기 없이도 장시간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는 초전도 전자석으로, 경량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모 전력을 90% 이상 줄일 수 있어 초전도 열차는 물론 발전기, 슈퍼컴퓨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창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연구팀장 연구진은 냉동기 없이 초전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초전도 전자석을 개발하고, 초고속 초전도 열차 '하이퍼튜브' 전용 시제품을 제작해 성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하이퍼튜브는 최고속도 시속 1200㎞를 목표로 철도연이 개발 중인 초고속 열차다. 시속 1200㎞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가벼운 초전도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고체질소로 냉각시스템을 대체했다. 일반적으로 초전도 전자석의 초전도 상태는 영하 270도 내외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냉각기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철도연이 개발한 초전도 전자석은 영하 210도 이하의 고체상태 질소가 갖는 열용량을 이용해 냉동기 없이도 장시간 냉각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이 제작한 초전도 전자석 시제품은 냉동기 없이 4시간 운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연 측은 "향후 6시간 이상 운전이 가능하도록 실용 수준으로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냉동기 없는 초전도 전자석을 바탕으로 하이퍼튜브의 자기부상 및 추진 기술 개발을 위한 단거리 테스트베드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초전도 열차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일본에서 개발 중인 자기부상열차로 시속 60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초전도체를 영하 269도의 온도로 유지하는 액체 헬륨 냉각시스템을 열차에 상시 탑재하고 있어 속도를 높이려면 냉각기 무게를 극복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나희승 철도연 원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미래 초고속 철도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혁신으로 하이퍼튜브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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