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형형색색 칠한 아파트가 대구에 있다…"아름답다" vs "최악 디자인"
입력 2019-06-04 15:07  | 수정 2019-06-04 15:28
[사진 출처 = `인스티즈` 홈페이지 캡처]

대구에는 색깔을 입힌 고층 아파트가 있다. 동과 동, 그리고 층과 층마다 노랑·주황·초록·파랑 등 다양한 빛깔이 채색돼 있다. 아파트 외관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아름답다"는 호평과 "최악의 디자인"이라는 악평으로 엇갈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3일 오후 '대구의 어느 아파트 외부 도색'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이 게재된 지 하루도 안 지난 4일 오후 1시 50분께 이 게시물은 8만6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댓글만 해도 300개에 육박한다. 동과 층마다 도색을 달리한 아파트를 촬영한 사진 4점을 올린 글쓴이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듯"하다는 짧은 글귀를 남겼다.
누리꾼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 아파트는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에 자리 잡은 '대구 월배 1·2차 아이파크'다. 총 13개 동에 1296가구 규모로 건설된 1차 아이파크는 지난 2014년 12월에 완공됐다. 2차 아이파크는 19개 동, 2134가구 규모로 지난 2016년 6월에 완공됐다.
아파트 건물마다 다르게 도색하고 같은 동 안에서도 층별로 색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파트를 지은 현대산업개발 측에 따르면, 월배 아이파크의 디자인은 섬유와 패션산업으로 유명한 대구의 도시 정체성과 낙동강.팔공산 등 지역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여러 가닥의 실 다발이 모여 형형색색의 섬유를 이루는 패션산업의 특성을 나타내려고 색상과 질감의 불규칙한 변화를 꾀했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파란색은 강을 상징한다. 드넓은 대지를 나타내는 색깔로 시공사 측은 황색을 택했다. 아울러 초록색을 활용해 산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글쓴이의 예상대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댓글은 "예쁘면서 구리다"였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 댓글에 공감하며 "명답이다", "나도 '오, 예쁜가? 아닌데, 별로인가?'라고 생각했다" 등의 말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가까이서 보면 예쁜데, 멀리서 보면 촌스럽다"고 평가했다. 다른 누리꾼은 "칠하다가 만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원색 때문에 사각 창틀이 부각되는 모습에 주목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디지털 블록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 빗대 "네모"라고 평하거나 "레고 블록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가 중부내륙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까닭에 외지인들의 목격담도 흘러나왔다. 한 누리꾼은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보여서 '아직 공사 중인 건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완성된 도색이었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누리꾼은 "대구에 시댁이 있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지나칠 때마다 너무 눈이 아프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도색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전공 교수가 (아파트 외부 도색 당시) '채도를 조금만 낮추자'며 '초록색을 빼자'고 제안했는데 결국 초록색이 들어간 상태로 그대로 추진됐다고 한다"며 "교수가 저 아파트에 대해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아파트 디자인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단색으로 칠했다면 깔끔하지만 단조로웠을 것"이라며 "'그러데이션' 기법을 활용한 덕분에 (건물 디자인이) 예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회색 도로 사이에 있는 알록달록한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구 월배 아이파크 단지의 입면과 조경을 설계하는 일에 해외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조경 설계 전문가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당시 작업을 맡았다. 건축그룹 'UN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벤 판 베르켈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다리를 비롯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박물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디자인했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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