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학 박사 "유치원생같은 총경 진급 예정자들...성평등 교육 이수 확인증 거부하겠다"
입력 2019-06-04 01:03 

경찰서장과 공공기관 임원 등 진급을 앞둔 승진 대상자들이 성평등 교육에서 강사를 무시하고 교실을 나가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총경 진급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교육 이수 확인증을 요구한다면 거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박사는 지난달 29일 경찰대학에서 열린 치안정책과정 성평등 교육 강의를 담당했다. 강의는 7월 기관장, 임원 등 진급 예정자로 경찰 간부(총경) 51명, 일반 부처 및 공공기관 임원 14명 등 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권 박사는 "이 강좌는 총경 승진예정자 대상 맞춤형 교육이었다"며 "작년부터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수강생들에게 변화하는 치안 환경에 맞춰 성평등 조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주제로 조별로 토론하도록 했다. 그러자 수강생들 사이에서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라'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 등 불만이 나왔다. 권 박사는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웠다"며 "커피를 마시겠다며 우르르 자리를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권 박사가 여성 대상 범죄에 경찰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 기관장 승진예정자 중 한 명은 권 박사가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이 10%대라고 설명하자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라며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권 박사는 "이 일은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경찰 수뇌부에 성 평등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지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날 교육 현장을 지켜본 조교는 교육생들이 '마치 유치원생 같았다'고 표현했다"며 "이 사람들을 이대로 기관장, 임원, 총경으로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성평등 교육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권 박사가 이수 확인증을 거부할 경우 진급 대상자들이 해당 강의를 재수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연하신 분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쾌하고 무례한 수강자들의 행동이 있었던 것 같다"며 "구체적 사안은 확인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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