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 막던 정부, 중소규모는 활성화로 유턴
입력 2019-06-03 17:32  | 수정 2019-06-03 19:29
서울 가로주택사업 1호로 2017년 12월 준공된 강동구 천호동 다성이즈빌 전경. [사진 제공 = 강동구청]
서울 도심 가로변 노후주택 밀집지를 중심으로 400가구 안팎의 중소 규모 '재건축'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의 일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이하 가로주택사업)의 허용면적을 현행보다 2배까지 넓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가로주택사업은 일반 재건축·재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추진위원회 설립도 생략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의 강력한 규제 철퇴를 피해가는 새로운 재건축사업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3일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사업의 한 형태인 가로주택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이 같은 내용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가로주택사업은 도로와 인접한 1만㎡ 미만의 가로구역(街路區域)에서 조합을 결성해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 가로구역 면적을 30%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완화해 보다 넓은 가로구역에서도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최대 2만㎡까지 허용한다. 현행 1만㎡ 미만 면적을 고려하면 허용 면적이 2배로 '확' 커지는 셈이다.
도시재생 건축 전문기업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지난해 망원동에서 1만600㎡, 옥수동 일대에서 1만6000㎡ 규모의 가로주택사업지 검토를 했지만 결국 1만㎡ 이상이라는 이유로 가로주택사업으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일반 재건축으로 할 경우, 사업지가 너무 협소해 기부채납 등을 하게 되면 사업성이 극도로 저조해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2만㎡ 이하의 중소 규모 용지도 사업 대상에 편입되면서 강북의 주요 노후 도심 지역에서 도로를 낀 주택들이 새로운 개념의 재건축사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목건축에 따르면 현행 1만㎡ 이하 면적에선 기껏해야 200가구 정도 주택이 건립 가능하지만 2만㎡까지 사업면적이 커지면 400가구(전용 85㎡·15층 이하 기준) 정도까지 주택을 건립할 수 있다.
서 대표는 "가로주택사업은 일반 정비사업과 달리 추진위 설립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며 "안전진단을 생략할 수 있고 도시건축심의를 통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10년이 걸리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3~4년 안에 입주까지 갈 수 있다는 신속성이 최대 장점이다.
또 다른 장점은 조합원 수익 극대화다. 가로주택사업은 재건축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법 적용을 피해갈 수 있어 재건축부담금도 낼 필요가 없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사업으로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이 생기면 초과 금액의 10~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그런데 가로주택사업으로 재건축을 하면 이런 규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금융지원도 파격적으로 제공한다. 사업시행자가 공공기관 단독인 경우와 지정개발자(신탁업자)인 경우에도 기금 융자가 가능하도록 융자 대상을 확대한다. 공기업 사업장은 이주비 융자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후(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앞당기고, 이주비 융자금액도 현실화(종전 자산의 70% 또는 권역별 평균 전셋값의 70%)할 예정이다.
현재 가로주택사업은 서울에서 강동구 천호동 '동도연립(다성이즈빌)'을 제외하면 아직 준공 사례가 없다. 대다수 사업지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가로주택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46곳. 이 중 13곳은 주민의견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한 곳도 6곳에 불과하다. 서초구 2곳, 중랑구 2곳, 강서구 1곳, 강동구가 1곳이다. 정부는 가로주택사업지에 공용주차장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연계해 공급하는 경우에도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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