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전·현직 경찰 최고위 간부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 전 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 등 2016년 총선 당시 경찰 최고위 간부들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또 현 전 정무수석과 박화진 전 치안비서관,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전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전직 정무수석실 관계자들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시에 따라 경찰청 정보경찰을 동원해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끌어낼 목적으로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해 사찰하면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전국의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문건을 생산했다.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다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벌인 정치 중립 의무 위반 정보활동은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진보 교육감·전교조 견제 목적 정보활동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보경찰의 불법행위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선거사범을 수사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리는 등 공직선거법을 강화하는 법률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선거개입 정보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DAS) 수사 때 경찰의 정치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의 불법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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