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류 과세체계가 50여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시작할 전망입니다. 가격 기준 과세 체제에서 주류의 양 또는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맥주 또는 맥주와 탁주(막걸리)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필요시 5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입니다.
우리나라 주류 총출고량 355만㎘(2017년 기준) 중 45.6%를 차지하는 맥주와 13.4%를 차지하는 막걸리가 종량세로 전환하면 전체 출고량의 60% 가까이가 종량세로 전환하게 되는 셈입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오늘(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정부의 연구용역에 따라 이런 내용의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말 세제 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보고서는 종량세 전환 방안으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全)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막걸리 외 주종은 일정 기간(예:5년)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종량세 전환 논의의 시발점이 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같은 제세금이 부과돼 실효세 부담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해 주종에 따라 5∼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맥주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인 72%가 적용됩니다. 다만,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용이 포함된 수입신고가 기준이어서, 홍보·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할 때 현행 주세 부담 수준인 ℓ당 840.62원을 적용한다면 국내 맥주의 경우 주세 납부세액은 1.8%, 세부담은 1.64% 정도 감소하며, 수입맥주는 세부담이 고가 맥주는 감소하고 저가는 증가하게 됩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일부 저가 맥주의 개별 가격 상승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개별 브랜드·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 등에 따라 현재의 '4캔에 만원'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소규모 맥주 업체는 전반적으로 세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납부세액은 현행 ℓ당 513.7원에서 13.88% 감소한 ℓ당 442.39원으로 줄어듭니다.
또 맥주와 함께 종량세 우선 전환 대상으로 꼽히는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5%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현행 주세 납부세액 수준인 ℓ당 40.44원으로 종량세를 적용하는 경우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율체계의 전환과 함께 기타주류의 재분류를 통해 다양한 신제품 출시의 활로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 전 주종을 종량세로 바꾸되 맥주와 막걸리를 우선 전환하고 나머지 와인이나 청주 등 발효주, 위스키나 희석식 소주 등 증류주 등의 주종은 5년여 동안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 주종을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고도주·고세율 원칙이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종량세 체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종에 따라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과 고가 수입제품의 세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용인해야 고도주·고세율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종량세 체계로 전환할 경우 물가 상승을 감안한 세율조정(물가연동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라 주류가격이 인상되면 세부담도 증가하게 되지만, 종량세로 전환하게 되면 세부담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실질 세부담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