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금속 실리콘`으로 전기차배터리 용량·충전속도 높인다
입력 2019-06-03 14:48 
플러그인 방식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pixabay]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충전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 소재로 쓰였던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큰 실리콘의 전기전도도를 50배 이상 높인 결과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박수진 포스텍 화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리튬이온배터리 용량과 충전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반금속 실리콘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5월 28일자에 게재됐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 소재로는 전기 전도도가 높은 흑연이 가장 많이 쓰인다. 하지만 흑연은 이론적인 용량 한계가 있다.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큰 실리콘이 중요한 후보로 꼽혔지만 전기전도도가 낮고, 충전과 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연구진은 저온에서 실리콘에 황 1%를 도핑해 실리콘의 전기전도도를 50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갖는 반금속 성질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반금속 실리콘을 활용한 리튬이온배터리는 고속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제1저자인 서지희 UNIST 석사과정 연구원은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 용량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금속할로젠화물 촉매로 이산화규소(SiO₂)와 황산마그네슘(MgSO₄)을 환원시켜 원자 단위의 실리콘-황 화합물을 만들었다. 이 물질들이 무작위로 뒤섞이면서 재결정화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황이 균일하게 도핑된 구조의 실리콘 입자가 합성된다.
공동 제1저자인 류재건 포스텍 박사후연구원은 "실리콘에 황 같은 칼코겐 원소가 도핑되면 일부 금속 성질을 갖게 된다"며 "기존 공정은 복잡하고 비싸며 불안정성이 높아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로 저온에서 손쉽게 반금속 실리콘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반금속 실리콘은 내부에 황 사슬도 길게 도핑돼 리튬 이온의 확산속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단 1%의 도핑으로 실리콘 전극이 가진 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은 배터리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광전자 응용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 소재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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