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영국 국빈 방문 앞두고 외교결례·선거개입 논란
입력 2019-06-03 08:24  | 수정 2019-06-10 09: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에 나서기도 전에 영국 정가를 벌집 쑤신 듯 헤집어 놓은 모양새입니다.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상대국의 정치현안에 대한 '막힘 없는' 언급과 왕실 일원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리며 '외교적 결례'에 더해 내정간섭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입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대한 전통적인 워싱턴 문법을 벗어나는 특유의 스타일과 발언으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지난달 말 일본 국빈방문 때에 이어 이번에도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흐름입니다.

CNN방송은 현지시간으로 2일 '트럼프, 영국방문 하루 전 외교적 관례를 산산조각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왕실 호스트들에 대한 모욕 위험이 있는 발언을 내뱉고 영국의 국내 정치에 대해 저돌적으로 뛰어드는 특유의 스타일로 영국방문에 앞서 몸을 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영국 대중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마클 왕자비가 2016년 미 대선 때 자신을 비판한 것과 관련, "그가 (그렇게) 형편없는지(nasty) 몰랐다"면서도 영국 왕실 일원으로서 "훌륭하게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해리 왕자의 부인으로 미국 출신인 마클 왕자비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면 캐나다로 이주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트윗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결코 메건 마클을 '형편없다'고 부른 적이 없다"며 "가짜뉴스 미디어가 지어낸 것이다. 그들은 딱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가짜 뉴스' 탓으로 돌리며 발언 자체를 부인한 것입니다.

그는 이어 "CNN과 뉴욕타임스, 그리고 그 외 다른 매체들은 사과할 것인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클 왕자비에 대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더선 인터뷰에서 평소 '애정'을 보여왔던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운 것을 놓고 시끌시끌합니다.

테리사 메이 현 영국 총리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발표해 후임 총리 선출이 예고된 시점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선데이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공정한 합의를 못 한다면 EU 분담금 정산, 이른바 '이혼합의금' 390억 파운드(약 58조 원) 제공을 거절하고 떠나버려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CNN은 "대부분의 대통령은 민감한 주제들을 피하려고 부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영국에서 인기가 좋지 않은데 더 심해질 것 같다. 동시에 예측 가능하고 파괴적인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적 평판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외교적 정교함을 존중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인 적이 없었다"며 "그의 자극적인 발언들은 그의 영국방문이 미국과 영국 간 특별한 관계에 가하는 도전을 부각해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방문 기간 호스트들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감수성을 무시하는 습성이 있다"며 지난달 말 일본 방문을 그 예로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극진한 아첨과 왕실 행사로 환대를 받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중대한 안보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NBC방송도 "트럼프가 국빈방문 전부터 영국에 외교적 두통거리를 만들어주며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은 뒤 발언 논란에 가려져 국빈방문 자체가 빛이 바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지난해 7월,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을 맹비판하면서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서는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영국 정치권의 분노를 산 전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워싱턴DC를 떠나 현지시간으로 3일 영국에 도착, 5일까지 국빈방문 일정을 이어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찰스 왕세자 등 영국 왕실 주요 인사 대다수와 만날 예정이지만 마클 왕자비는 최근 출산과 육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에 참석하지 않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에는 메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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