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흥국은 주식·채권 모두 글로벌펀드서 자금 빠져
입력 2019-06-02 18:37 
한국 시장과 달리 신흥국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유출되고 있다. 이달 들어 유출 규모가 총 15조원에 달한다.
2일 삼성증권과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신흥국 주식펀드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각각 87억달러(약 10조3600억원), 40억달러(약 4조7600억원)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총 15조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선진국 주식펀드에서도 410억달러(약 48조8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신흥국과 선진국 주식에서 이탈한 자금은 선진국 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진국 채권펀드로는 363억달러(약 43조2500억원)가 유입됐다.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미·중 불확실성이 유지되며 위험자산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띠는 가운데 화웨이 사태, 유럽 의회 선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대이탈리아 과징금 부과 우려 등이 위험 회피 심리에 불을 댕긴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채권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리는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31일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0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저치인 -0.205%까지 밀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이날 장중 한때 2.13%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위안화, 원화가치 등 신흥국 경기지표로 볼 수 있는 수치가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유출세가 잦아들기 위해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전환점을 맞는 등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신흥국 금융 시장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낸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신흥국 금융 시장에 대해 비중 축소로 입장을 바꿨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축소한다고 이달 중순 밝혔다. 모건스탠리 전략가그룹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흥국 시장의 하락폭이 깊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씨티그룹은 "최악의 경우는 아직 신흥국 자산가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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