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디벨로퍼인 엠디엠그룹 문주현 회장(사진)이 강남 마지막 금싸라기 대형 필지로 꼽히는 서초동 옛 정보사령부 땅을 거머쥐었다. 6년 전 공매로 나와 여덟 번이나 유찰됐지만 문 회장이 1조원 넘는 거액을 베팅해 공매에서 낙찰받았다. 엠디엠그룹은 신한은행·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꾸려 옛 정보사 용지에 대한 공매에 참여했고, 31일 오전 낙찰자로 최종 결정됐다. 국방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를 통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1005-6 옛 정보사 용지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5월 1~30일 실시했다. 총 9만1597㎡에 달하는 이 땅은 감정평가액만 1조956억원에 이른다. 엠디엠 컨소시엄은 1조956억2500만원을 써내 공매 낙찰에 성공했다.
엠디엠그룹은 이 땅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볼 수 있는 친환경 첨단산업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인 대학 캠퍼스 같은 15층 이하 저층 첨단 오피스를 짓고, 여기에 정보기술(IT) 바이오 금융 등 첨단산업 사옥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청년 창업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공유 오피스나 크리에이티브 오피스(creative office) 개발도 이뤄진다.
옛 정보사 용지는 강남권 핵심 업무지구인 서초동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54만㎡ 규모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여 있어 '강남 속 숲세권 오피스'의 최적 입지로 평가받는다. 벌써부터 도심 녹지 속 업무 공간을 추구하는 첨단 기업들이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실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혼이 담긴 애플 본사 사옥 '애플파크(Apple Park)'는 숲속에 위치한 우주선 같은 외관으로 유명하다. 애플파크는 완벽한 원형(圓形)의 저층 캠퍼스로, 전체 면적 중 80%가 녹지 공간이다.
문 회장은 "옛 정보사 용지는 테헤란로 개발축상에 위치하는 데다 서리풀공원이라는 천혜의 녹지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첨단산업 업무타운으로 최적 입지"라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업무지구를 만들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미래 성장 엔진을 만들고 싶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이 땅은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대법원·대검찰청 등 법조타운, 국립중앙도서관과 가까워 탄탄한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있다. 또 지난 4월 개통한 서리풀터널이 관통하고 있어 강남 테헤란로와 연결성이 높아져 강남권 오피스 시장이 확장하는 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옛 정보사 용지가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GBC) 용지보다 넓기 때문에 낮은 건물로 지어도 건물 연면적은 35만㎡를 넘는다. 2023년 준공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금싸라기 땅은 국방부가 정보사를 이전하면서 2013년부터 공개경쟁입찰에 부쳤지만 그간 여덟 번이나 유찰됐다.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여 있고 법조타운과 가까워 땅을 개발하는 데 많은 제한이 있어서다.
국방부는 당초 정보사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지만 서초구가 2016년 서리풀지구단위계획구역을 고시하면서 뜻을 접었다. 2016년 2월에 나온 서울시보 제3336호에 따르면 이 땅은 4층 이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제1종일반주거지역 등 일반주거지역이나 서리풀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아파트 등 주택은 지을 수 없고, 오피스나 공연전시장 같은 문화시설만 세울 수 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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