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8700억 몰렸는데…레버리지펀드의 배신
입력 2019-05-30 17:50  | 수정 2019-05-30 20: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확전 트윗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자 주가 반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펀드에는 뭉칫돈이 유입됐으나. 계속되는 증시 하락으로 수익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에는 최근 한 달 사이 8679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가 부진하면서 대부분 펀드가 자금 유출로 시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목 장세보다는 주가 상승이라는 방향성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펀드를 제외하고 돈이 유입된 펀드는 퇴직연금(2377억원), 타깃데이트펀드(TDF·826억원), 정보기술(IT)펀드(351억원)에 그쳤다.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 상승분 이상의 수익률을 얻는 펀드로 2배 레버리지 펀드라면 주가가 1% 상승할 때 수익률이 2%로 올라간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때는 손실폭도 2배로 커진다.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이어 하락하면서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의 평균 1개월 수익률은 -12.13%, 3개월 수익률은 -16.32%다. 특히 레버리지 펀드는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던 코스피, 코스닥, 중국 CSI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 부진 현상이 도드라졌다. 코스피는 최근 한 달간 6%, 코스닥은 8%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레버리지는 한 달간 11.7% 빠졌고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는 16% 하락했다. NH아문디코리아2배레버리지 펀드 역시 한 달 만에 수익률이 11.7% 떨어졌다.

이번에도 하락장에서 개인은 레버리지 펀드를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손실폭을 키웠다. 4월 29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인은 KODEX레버리지 3790만주를 순매수했다. 기관이 3813만주, 외국인이 70만주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기관의 순매도액은 4582억원, 개인의 순매수액은 4553억원이었다.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에서도 기관이 2225억원 규모를 한 달간 순매도할 동안 개인은 22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코스피가 2000선을 지지선으로 바닥을 다지고 있어 레버리지 펀드의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센터장은 "미국 시장에서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나오며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 추세"라면서 "IT와 자동차 실적만 버텨준다면 코스피가 2000선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낙 단기간에 빠진 만큼 긍정적인 뉴스에 따라 상승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생겼다. 6월 중 단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업 실적 악화폭이 더욱 커지고, 무역전쟁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3분기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코스피도 전 거래일 대비 15.48포인트(0.77%) 오른 2038.80으로 마감했다. 전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냈으나 이날엔 각 투자 주체들이 모두 관망세를 보이며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외국인은 432억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전날 인텔과 자일링스 등 미국 반도체주가 오른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9% 오른 4만2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레버리지 펀드의 주요 자산인 중국 지수에 대해선 신중한 시각이 많다. 신동준 KB증권 상무보는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2020년부터는 나머지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25%가 부과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감안해야 하는데 중국의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에서 약 0.8%포인트 하향 요인이 발생한다"며 "무역전쟁의 타격이 가장 클 중국 관련 자산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중국 시장에 대해 "직접 싸우는 중국이 우리나라 증시보다 더 잘 버티고 있다. 정부 정책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영향"이라며 "전쟁의 당사자로서 우리보다 훨씬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제림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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