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계 최고 권위인 칸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그동안 영화 산업에 투자한 CJ그룹도 조명받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봉준호 감독과 2009년 영화 '마더'를 함께 한 이후,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기생충'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영화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4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CJ가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간 뒤 해외 판로를 개척,글로벌 흥행을 이끌어 내는 등 한국영화의 글로벌 제작 역량과 위상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의 수상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인 국가적인 경사로, 한국 영화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라며 "CJ는 지난 20년간 다양한 장르, 신선한 소재의 한국영화에 꾸준히 투자하고 멀티플렉스 등 산업인프라를 구축하여 한국영화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에 기여해 왔다"고 분석했다.
CJ는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하며 국제영화제 진출 및 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1등 공신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7조 5000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문화사업을 지속해온 데는 이재현 회장의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문화보국의 사명감이 밑바탕이 됐다"며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이재현 회장은 1995년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투자 계약을 하러 가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본인의 비전을 밝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CJ]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담대한 비전만큼 투자 규모도 남달랐다. 당시 투자 금액은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3억달러(약 3300억원). 이재현 회장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이후 CJ는 IMF 시기인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 영화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왔다.
CJ가 한국영화 투자 및 배급 시스템 확립,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등 영화산업에 진출한 것이 토대가 돼 한국영화산업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연간 누적 관객은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8년 넘게 50%를 넘고 있다.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뿐이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것이다.
2013년에는 국내 영화제작사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부율을 조정, 한국영화에 대한 제작사와 극장의 부율을 기존 50:50에서 55:45로 변경키로 했다. CJ CGV가 부율 개선에 나선 이후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동참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CJ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이들이 만든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할 수 있다고 평소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이전 박찬욱감독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과 영화 제작 논의도 한창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엠지엠(MGM)과 함께 '써니', '수상한 그녀'의 미국판 'Bye Bye Bye'와 'Ms. Granny'가 연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극장 사업도 순항중이다. CGV가 독자 개발한 오감체험영화관 4DX는 6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삼면스크린을 갖춘 스크린X는 17개국 이상에 수출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지난 20년간 문화사업에 지속 투자를 해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한국영화 열풍의 토대가 되었다"며 "K컬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대한민국이 전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데 CJ가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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