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 찾은 볼턴, 이란에 적대감 쏟아내…이란 "전쟁광" 맹비난
입력 2019-05-30 09:00  | 수정 2019-06-06 09: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동행한 뒤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아랍에미리트(UAE)로 직행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어제(29일) UAE 아부다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동에서 잇따라 발생한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원자력 발전소를 더 가동하지 않는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저장할 이유가 없다"라며, "이는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시점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 외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저농축 우라늄을 저장한다는 겁니다.


이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지 1년이 된 8일 핵합의에서 제한한 3.67%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 저장량(300㎏)을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선 이란의 대응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란의 발표 전 미 국무부는 3일 이란이 저농축한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간 이란은 한도량 이상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합의에 따라 러시아로 보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또 UAE와 가까운 오만해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유조선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유조선 4척이 기뢰로 공격받았다"라며 "이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점이 거의 확실하다(almost certain)"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오만해에서는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2척), UAE(1척), 노르웨이(1척) 선적의 유조선 4척이 공격받았습니다.

미국은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위협한 이란의 소행이라고 의심하는 반면, 이란은 자국에 누명을 씌워 군사 행동의 빌미로 삼으려는 미국, 사우디, 이스라엘의 공작이라고 봅니다.

UAE 정부는 미국 등 5개국이 참여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이 사건을 규명중입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과 거셈 솔레이마니(쿠드스군 사령관)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사주해 간접적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라며, "그런 공격이 벌어진다면 쿠드스군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쿠드스군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로, 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을 직접 지원·지휘합니다.

이어 "유조선 공격은 예멘 반군의 사우디 송유관 드론 공격(14일), 바그다드 그린존 로켓포 공격(19일)과 연관됐다"라며 최근 예민한 시점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의 배후를 모두 이란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소행은 미국의 매우 강한 대응에 직면한다는 점을 이란과, 그의 대리자들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이들 공격은 우리가 확보한 상당히 심각한 (이란의) 위협과 관련한 정보와 불행히도 일치했고, 이는 중동에 억제능력(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 배치)을 증강한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볼턴 보좌관은 사우디의 주요 원유 수출항인 얀부항을 겨냥한 공격 시도가 최근 있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습니다. 얀부항에 대한 공격 시도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얀부항은 홍해 변에 위치해 사우디가 이란이 수시로 봉쇄한다고 경고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는 이란에 대응해 아랍권의 단합과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오늘(30일) 메카에서 아랍권 정상회의를 엽니다.

이란 외무부는 어제(29일) 볼턴 보좌관의 주장에 대해 상습적인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하면서 "볼턴과 같은 전쟁광들은 이란의 전략적 인내, 완벽한 방어태세에 막혀 중동을 혼돈에 몰아넣으려는 사악한 욕망이 실패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맹비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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