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경제 장기전망 불안에…채권사는 외국인
입력 2019-05-29 17:58  | 수정 2019-05-29 23:41
국고채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1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를 밑도는 상황에서 1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 이하로 내려가면서 주요 3대 국고채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와 역전됐다. 국내외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한다. 채권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채권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의미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뛰는 것은 채권 금리 추가 인하(가격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10년물 금리 수준은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당시 기준금리는 1.25%에 불과했던 반면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차이 나지만 금리 수준은 비슷하다. 투자자들이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은 향후에 일어날 사건을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3년물과 5년물에 이어 10년물까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시장이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다 이달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국고채 매입에 나서면서 금리 하락세를 부추겼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향후 경기가 악화된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이슈 등 걸림돌이 있지만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미·중 무역전쟁을 가볍게 봐왔다. 현재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심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채권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가가 낮아 금리 인상이 제한된 상태에서 경기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압력까지 커진 것"이라며 "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한다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시선은 3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6∼21일 104개 기관의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100명) 중 97%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금리 동결이 결정되더라도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현재 물가와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 이달이 아니더라도 오는 7월이나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장에서는 높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호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이달 금통위에서 동결이 결정되더라도 소수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소수 의견이 나오면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7월이나 10월께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한다면 채권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하반기 10년물 금리 하단을 현재 수준보다 10bp가량 낮은 1.65%로 제시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 사례를 들며 국내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금리와 호주 금리 간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는 추세"라며 "호주 중앙은행이 연내에 세 번 정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호주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