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를 통해 수평적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옮겨냈던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에서 수직 이미지를 구현했다. 여기에 담긴 계급의 충돌이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이선균 분)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영화는 첫 장면이 중요하다. 이어질 러닝타임 동안 영화가 전달할 주제를 관통하고 전체적인 톤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2009) 도입부에 김혜자(도준 모 역)가 작두로 약재를 써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어딘가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2013)를 통해 수평적 이미지를 구현한 바 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절대 멈추지 않고 달리는 설국열차 안에서 수평으로 달리는 기차와 엔진칸을 향해 내달리는 인물들의 일치된 움직임은 지극히 영화적이다. 반면 ‘기생충은 수직적 구조를 강조한다. 이는 첫 장면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때와 먼지가 뒤엉켜 들러붙은 반지하 창문을 비추던 카메라가 천천히 틸트 다운하면 기택네 집 일부가 비춰진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서두에서부터 수직 구조를 적나라하게 언급하며, 이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기택네 반지하 집과 대비되는 공간은 부유한 동네에 위치한 박 사장네 주택이다. 대개 비싼 집들이 그러하듯 박 사장네 집 역시 보안은 철저하면서도 지나치게 폐쇄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곳에 위치한 수많은 계단과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지하창고 등 다양한 공간이 수직적 비주얼을 만들어내 기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가족들은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내려 수직 구조에 정서를 더한다.
박 사장네 집은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설정을 갖는다. 이 때문에 현대적인 요소와 우아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흥미로운 것은 두 명 이상의 인물이 한 공간에 머물러도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사각이나 벽을 두고 대화를 엿듣거나 아니면 아예 마주하지도 않는다. 대면하고 있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절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박 사장네 집과 달리 기택네 유일한 계단은 화장실에 있다. 몇 칸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변기에 앉을 수 있는 조금 독특한 구조다. 다만 계단을 밟고 올라온 이들을 기다리는 게 꽉 막힌 천장과 변기뿐이라는 사실은 서글픈 아이러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이선균 분)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영화는 첫 장면이 중요하다. 이어질 러닝타임 동안 영화가 전달할 주제를 관통하고 전체적인 톤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2009) 도입부에 김혜자(도준 모 역)가 작두로 약재를 써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어딘가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2013)를 통해 수평적 이미지를 구현한 바 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절대 멈추지 않고 달리는 설국열차 안에서 수평으로 달리는 기차와 엔진칸을 향해 내달리는 인물들의 일치된 움직임은 지극히 영화적이다. 반면 ‘기생충은 수직적 구조를 강조한다. 이는 첫 장면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때와 먼지가 뒤엉켜 들러붙은 반지하 창문을 비추던 카메라가 천천히 틸트 다운하면 기택네 집 일부가 비춰진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서두에서부터 수직 구조를 적나라하게 언급하며, 이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택네 반지하 집과 대비되는 공간은 부유한 동네에 위치한 박 사장네 주택이다. 대개 비싼 집들이 그러하듯 박 사장네 집 역시 보안은 철저하면서도 지나치게 폐쇄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곳에 위치한 수많은 계단과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지하창고 등 다양한 공간이 수직적 비주얼을 만들어내 기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가족들은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내려 수직 구조에 정서를 더한다.
박 사장네 집은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설정을 갖는다. 이 때문에 현대적인 요소와 우아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흥미로운 것은 두 명 이상의 인물이 한 공간에 머물러도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사각이나 벽을 두고 대화를 엿듣거나 아니면 아예 마주하지도 않는다. 대면하고 있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절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박 사장네 집과 달리 기택네 유일한 계단은 화장실에 있다. 몇 칸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변기에 앉을 수 있는 조금 독특한 구조다. 다만 계단을 밟고 올라온 이들을 기다리는 게 꽉 막힌 천장과 변기뿐이라는 사실은 서글픈 아이러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