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쫙 빼입은 정장, 뭔가 차가워 보이는 인상, 하루에 100장을 넘어가는 PPT, 철야근무 클라이언트 기업의 사업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혁신방안을 강구하는 컨설팅펌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다. 최고의 인재들이 선호한다는 컨설팅펌의 경우 클라이언트에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이같은 긴장감이 요구된다.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이제 막 발을 뗀 스타트업의 경우 큰 컨설팅펌을 이용하는 것이 그닥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화려한 경영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공생할 수 있는 컨설팅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
서울 신논현역 근처에 위치한 작은 컨설팅펌인 빈티지랩은 이같은 스타트업들의 틈새수요를 파고들고자 출범했다. 빅3 컨설팅펌 출신으로 빈티지랩에서 스타트업의 동반자 역할을 자처하며 컨설턴트로서 '제2막'을 열고 있는 박영진 사업전략 팀장, 그리고 대기업을 선호하는 또래와는 달리 작은 컨설팅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김소정 사업전략 매니저를 만나 그들의 선택에 대해 물었다.
박영진 빈티지랩 팀장이 사무실에서 컨설팅 업무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빅3 컨설팅펌 중 한군데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 스카우트 제의를 다수 받아왔던 박 팀장은 무엇보다 '공생'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른 컨설팅펌이 아닌 빈티지랩의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클라이언트와 공동출자해 핀테크, 유통 등 직군을 넘나들며 회사를 설립하며, 클라이언트인 페이크럭스, 구루핏, 디지투스 등과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박 팀장은 "일반적인 경영컨설팅의 경우 사실 제시한 전략이 실패하면 네임밸류에 상처를 입는 것을 제외하고 명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빈티지랩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망하면 컨설팅펌 역시 직격탄을 맞는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컨설턴트로서의 허례허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해외에서 디지털 맥킨지, BCG 디지털 벤처스 등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한국에서 이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는 빈티지랩 대표의 생각 또한 자신의 생각과 일치했다.
박 팀장은 "빅펌 컨설턴트로 일할 경우 승진이 빠르고 보너스 지급률이 높은 등 장점도 존재하지만 어마어마한 실적 압박감을 받아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주니어는 핸드폰도 보지 못한다"며 "사내의 엄격한 복장 규정 등 품위측면에서 지켜야 할 점이 많은데 빅티지랩은 파트너로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일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소정 빈티지랩 매니저가 사무실에서 컨설팅 업무에 앞서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박 팀장과는 달리 김 매니저의 경우 첫 사회생활을 빈티지랩에서 시작한 신입사원이다. 대학에서 통계와 경영을 복수전공했던 김 매니저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고, 마침 데이터분석과 경영컨설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던 빈티지랩의 눈에 들었다.김 매니저는 "학창 시절부터 경영을 복수전공하며 컨설팅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전략을 도출하는 활동을 겸임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빈티지랩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군 면접을 보던 중, 입사하면 컨설턴트 일까지 겸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입사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일이 많지 않냐는 질문에 김 매니저는 "컨설팅 회사다보니까 딱딱한 문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상하관계가 생각보다 느슨하고 자율출퇴근제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저 역시 사실 워라밸을 어느정도 고려하는 편인데 다른 컨설팅펌처럼 철야 근무를 하지는 않아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첫 직장을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뭇는 질문에 김 매니저는 "작은회사에서 시작하는 만큼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주니어 컨설턴트지만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주어진 일이 크다는 점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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