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예상 깬 동시탈락…키움 `혁신성` 토스는 `재무` 우려
입력 2019-05-26 18:01  | 수정 2019-05-26 20:10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불허를 발표하기에 앞서 금융위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제3 인터넷전문은행 불허 ◆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 두 곳 모두 사업자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선정 절차를 곧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선정에 대한 의지를 이어나갔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신청한 인터넷은행 예비사업자 인가를 불허하기로 결론 내렸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문재인정부가 인터넷은행업을 포함한 금융혁신에 공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두 개 후보가 동시에 탈락한 것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임시 금융위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외평위의 평가 결과와 금감원 심사 결과를 오늘 오전 전해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며 "두 곳 모두 안 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평위와 금감원 심사 결과에 따르면 키움뱅크는 사업 계획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과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코리아세븐 등 금융사업자와 통신사, 유통업체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자본 조달 등 안정성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터넷은행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혁신성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불식할 만한 혁신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해외 벤처캐피털(VC) 위주의 주주 구성이 평가점수를 깎아먹은 경우다. 외평위는 토스뱅크에 대해 "출자능력 등 지배 주주의 적합성, 자금 조달 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당초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혔던 신한은행이 주도권 문제를 놓고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이견을 빚고 이탈한 후 토스뱅크는 주주 구성에 애를 먹었다. 결국 비바리퍼블리카가 60.8%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VC인 알토스벤처스와 영국의 투자사 굿워터캐피털이 9%씩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자본 차익을 목표로 하는 VC들이 과연 은행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장기적으로 조달해 줄 것인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청사진을 통해 외부 자금을 수혈받는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을 은행업에 이식하려고 한 듯하다"며 "은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안정성인데 이를 간과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앞서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부실·특혜 인가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탓에 이번 외평위 심사는 더욱 까다롭게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뤄진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요건에 미달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업무수첩에 후보군에 대한 평가점수가 사전 기재됐다'는 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평가위 심사 과정이 전례에 따라 모두 비공개에 부쳐졌을 뿐 아니라 예상을 뒤엎는 '모두 불허' 결정도 당국의 정책적 선호가 개입되지 않은 채 외평위 권고에 따라 발표됐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추가 선정 작업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중 예비인가 신청 공고를 다시 내고 4분기 중에는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고배를 마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에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금융당국은 이를 고려해 양사가 제출한 사업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평가점수도 비공개다. 물론 준비 부족 등 이유로 이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신청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새롭게 신청할 수 있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보완 작업을 거쳐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점을 보완할 시간이 더 주어지기는 했지만 외평위의 인가 기준을 충족시킬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키움뱅크는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토스뱅크는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 등을 파트너로 물색해야 할 것"이라며 "과연 이 같은 조건을 갖추고 인터넷은행에도 관심 있는 기업이 남아 있느냐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혁신성과 자금력을 두루 갖춘 대형 ICT 기업들은 연초부터 '인터넷은행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신들 의사를 명확히 했다. 아직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대형 금융사들 역시 오는 3분기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에 참여할 의사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