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적 대박` 금융지주…주가도 힘받는다
입력 2019-05-26 17:34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순이익 11조원을 합작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실적 급증에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전통적인 내수주로 분류돼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악재에서도 벗어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나란히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 리스크가 낮고 저금리 시대의 고배당주로서 투자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이익 추정치 합계는 11조2847억원이다. 작년 순이익(10조5870억원)보다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지주사로 새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작년 우리은행 순이익과 비교했다.
올해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연결로 잡히는 주요 자회사는 작년과 동일하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4곳의 순이익이 2015년 6조202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순이익이 1.8배 급증하는 셈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올해 사상 최고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들은 4~5%대 높은 배당 수익률로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추정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신한지주가 3조5291억원으로 4곳 중에서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작년 순이익(3조1983억원)보다도 10.3%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는 비은행권 인수·합병(M&A)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작년 9월에 인수한 보험사 오렌지라이프는 올 1월 자회사로 편입돼 지난 1분기 실적에 포함됐다. 올 1분기 신한지주의 순이익은 9658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 1분기(8690억원)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 수수료 개편에 따라 자회사 신한카드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지만 보험 쪽에서 이를 만회하고도 남은 것이다.
최근 신한지주는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해 이 자회사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번 출자로 신한금융투자 자기자본(작년 말 3조3726억원)은 4조원이 넘게 되면서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중장기 성장 기대감에 신한지주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18.9%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9배가 넘는다. 이 같은 주가 상승에는 CEO 효과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북미지역을 돌며 국외 기관투자가 유치 등 기업활동(IR)에 나섰다.
손태승 회장이 이달 IR에 나선 우리금융지주 역시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순이익은 2조989억원으로 작년(2조516억원)보다 2.3%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이 지주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19%로 예상돼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ROE는 기업이 부채를 제외한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 순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우리금융지주는 올 들어 동양·ABL자산운용과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했고 최근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롯데카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는데 지분법에 따른 롯데카드 실적은 올 3분기부터 지주사 순이익에 잡힐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올해 이 주식을 18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다른 금융지주사 3곳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된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에선 하나금융지주가 5.43%로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한 것은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8%대의 높은 ROE가 예상되는 데 비해 주가는 저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주사의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8배로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낮다.
KB금융은 비은행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작년 기준으로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은행 부문 순이익은 양사 모두 2조2000억원대로 비슷했지만 비은행 사업에서 신한에 실적이 밀려 전체 2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M&A 효과가 실제 실적에 반영된 신한지주 주가가 올해 가장 강한 편"이라며 "정부의 규제와 저금리 기조로 은행 분야 수익이 제한된 상태에서 향후 보험·카드·증권 등 비은행 사업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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