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재확보 보폭 넓히는 현대차…대학1년·졸업생도 지원 가능
입력 2019-05-26 15:23 

#2020년 6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 2학년생 김모 씨. 그는 조기 인턴 경험을 쌓고자 여름방학 기간 중 현대자동차 연구 인턴직 채용에 도전해 2개월 간 연구 경험을 쌓았다.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현대차는 즉각 최종면접 기회를 부여하고 최종 합격을 결정했다. 김 씨가 졸업 때까지 4학기가 남았음에도 미래 컴퓨터공학 인재 확보 차원에서 과감하게 정규직 채용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올해 초 상·하반기 대졸 공채 폐지를 단행한 현대차가 이번에는 인턴 채용 절차에서 이 같은 '파격'을 시도한다.
국내 주요 그룹 최초로 인턴 채용 문턱을 허물어 대학 1학년생과 기졸업생도 인턴직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미래자동차 기술 시장에 필요한 공학 인재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삼성·LG·SK·네이버 등 다른 기업과 경쟁 우위를 취하고자 인턴 채용 기준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인턴 채용 방식인 'H-익스피리언스(Experienc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특징은 여태껏 여름과 겨울로 나눠 뽑았던 구조를 올해 대졸 정기 공채 폐지와 마찬가지로 '상시 채용' 구조로 바꾼 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중 수시로 필요한 인재를 상·하반기 특정 기간에 대규모로 뽑을 경우 인턴이든, 대졸 공채든 조직 내 인력 배치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채용 대상을 종전 '3학년 2학기∼4학년 1학기 대학 재학생'에서 '대학·대학원 재학생, 기졸업자'로 확대해 사실상 진입 문턱을 없앤 것도 의미심장한 변화로 꼽힌다. 현대차는 인턴 채용 채널을 '채용전환형 인턴'과 미래 인재확보를 위한 '연구 인턴' 등 두 채널로 나눠 서로 다른 지원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채용전환형 인턴은 졸업예정자와 기졸업자가 대상으로, 현업실습 2개월 후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각 부문에서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부터 전형, 선발 등 모든 절차를 직접 진행한다. 채용전환형 인턴이 이처럼 현 취업준비생을 직접 타깃으로 한다면, 연구 인턴은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 유망인재를 확보하려는 전략과 연결돼 있다. 채용전환형 인턴보다 진입 장벽을 더 낮춰 국내외 대학·대학원 재학생이면 누구나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전형을 거쳐 2∼4개월 동안 현업 실습이 진행되고, 특히 연구 인턴 우수자는 학년과 관계 없이 입사 기회나 최종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대해 취업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미래 유망 기술과 연결된 특정 대학, 학과의 1·2학년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연구 인턴'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박영진 팀장은 "지금도 삼성, LG 등 유력 기업이 이른바 '산학 장학금' 형식으로 대학 1·2학년 미래 인력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자사 인재로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라며 "현대차의 새로운 연구 인턴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업 실습 과정에서 회사와 미래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 취업에 확신을 주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졸 상시 채용을 통해 3~5년의 젊은 타사 경력직과 졸업예정자를 확보하고, 새로운 인턴십 프로그램에서는 미래 인재풀을 타사보다 2~3년 앞서 구축해 상호 보완성을 갖는 채용전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상시 공고될 H-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은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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