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필름 사진만의 특별함에 열광하는 청년들
입력 2019-05-24 15:27 
필름카메라 동아리 '원샷'의 회원 문씨는 필름카메라로 촬영할 때의 설렘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문씨가 동아리 활동 중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원샷' 동아리 제공]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필름카메라는 물론이고,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졌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 쉽게 사진을 찍고,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필름과 필름카메라를 판매하는 현상소 '필름로그(filmlog)'. 디지털 세대가 필름에 관심을 갖고 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최근 '전국 필름 자판기 설치'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올라온 이 프로젝트는 마감일을 15일 남긴 24일 현재 목표금액의 309%인 1540만 원을 달성했다.
■ 필름카메라에 열광하는 청년들

실제로 많은 20대 청년들이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대학교 필름카메라 연합동아리 '원샷'의 회원 문 모씨(22)는 "요즘 들어 신입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레트로(복고주의) 열풍이 불고 있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최적화된 필름카메라만의 일명 '감성'적인 부분이 청년층의 니즈를 자극한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옛것'이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와 필름 사진의 빛바랜 감성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문씨는 동아리 회원들이 필름 사진을 찍을 때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의 표정이 다르다고 했다. "필름카메라를 찍을 때는 다들 웃고 있어요. 필름을 소모하니 한 장 한 장을 신중히 찍어야 하고, 또 인화에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문씨를 비롯한 동아리원들에게, 필름카메라란 설렘이자 새로움이다.
문씨의 설명은 허울뿐인 말이 아니다. 사진을 찍은 후 현상되기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필름카메라 체험 앱 '구닥'은 올해 초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며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 '필름 사진', '필름카메라' 태그를 검색하면 젊은 세대가 핫플레이스 카페, 인기 전시회 등에서 찍은 필름 사진들이 각각 100만 개 이상 검색되기도 한다. 보정을 하지 않아도 특유의 낡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필름 사진은 그렇게 젊은 세대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SNS가 필름사진 확산 촉진제"
필름로그는 6월 10일까지 '전국 필름 자판기 설치 프로젝트'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필름로그 제공]
필름로그 백경민 대표는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든 필름을 살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했다. 그는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동네 현상소와 사진관은 물론이고 학교 앞 문방구와 작은 슈퍼에서도 필름을 구입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사람이 필름을 가까이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필름 자판기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전국 필름 자판기 설치' 펀딩의 성공 요인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꼽았다. 특히 청년층이 사진 게시물이 중심이 되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면서 수많은 디지털 사진 속에서 필름 사진만의 특별함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똑같은' 디지털 사진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SNS는 특별함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 촬영을 거부하고 필름 종류, 현상소의 현상과 스캔작업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필름카메라에 손을 뻗는 계기가 됐다.
필름로그는 일회용 카메라를 재작업해 새 카메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필름로그 제공]
필름로그의 '업사이클 프로젝트'도 필름 자판기 펀딩에 큰 도움이 됐다. 일회용 제품이라는 필름카메라의 특징이자 단점에 대해 고민하던 필름로그는 올해 1월부터 현상소로 수거된 카메라를 재점검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 사용한 카메라를 가져온 고객에게 현상·스캔을 무료로 제공하고, 사실상 카메라 재사용에 대한 수익은 측정하지 않는다. 필름로그의 필름카메라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카메라인 셈이다.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필름로그의 업사이클 작업에 젊은 고객들은 공감하며 호응하고 있다. 백 대표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업사이클 프로젝트에) 큰 의미를 두고 제품을 선택하신다"며 "또 현재 현상소에 맡겨지는 카메라는 100% 업사이클 카메라로 재탄생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는 생산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름로그는 서울, 제주에 이어 경주까지 차례로 3개의 자판기를 설치한다. 앞으로도 필름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필름 자판기를 늘려갈 예정이라는 백 대표는 "필름 자판기가 놓이는 그 장소에 필름 문화가 자리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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