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손학규에 90도 사과…계파간 신경전은 그대로

오늘(24일)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측 '당권파'와 바른정당계의 정면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당의 노선과 손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두고 설전을 벌였지만 고성이나 막말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좁혀지지 않는 계파간 이견이 여전히 확인되는 등 당내 갈등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최고위에서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이 요구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최고위 의결 등의 안건을 일괄 거부했습니다.

손 대표는 "이는 앞으로 전개될 협상과정에서 원내대표 책임 하에 상임위가 해야할 권한과 책임"이라며 "사전에 내용을 제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당 대표 혼자 해석하고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인 운영절차가 아니다"라며 "심각한 당헌 당규 위반이며 최고위를 마비시키는 반민주적 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손 대표는 이미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의원정수에 대해 '확대' 방침을 공개 천명했다"며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 판단이 당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신임 장진영 비서실장이 전날 라디오에서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당의 보수화를 막으려 한다'고 한 점을 들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 당은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지향하는 당"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오늘 회의에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최고위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공세 수위가 한풀 꺾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손 대표 퇴진론의 '주포' 역할을 하던 하 최고위원은 공격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은 손 대표에게 90도로 절하며 앞선 '정신 퇴락' 발언을 사과했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용퇴를 거부했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퇴진 요구를 접는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이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센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오 원내대표도 현 상황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갑다"라고 말했습니다.

손 대표 역시 당내 화합 차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다 해임된 당직자 13명을 오늘 재임명했습니다.


한편, 하 최고위원의 사과에도 그의 '정신퇴락'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손 대표는 오늘 하 최고위원에게 "당인으로서 책임도 면할 길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징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최고위에 특별 참석한 바른미래당 제정호 전국시니어위원장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하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낭독했습니다.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바른미래당 살리기를 실천하는 전국위원장모임'은 오늘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 최고위원의 징계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