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상태에서 오는 28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외노조란 노동조합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를 말합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6년 가까이 계속된 법외노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긴 했지만 당장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준 절차를 추진하기로 한 ILO 핵심협약 3개 가운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된 협약은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입니다.
학계에서는 원칙적으로 현직교원만 노조에 가입·활동할 수 있게 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2조와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할 때 근거가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9조 2항이 이 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봅니다.
전교조는 전날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 추진 소식을 환영하면서 정부에 의지와 진정성을 보이는 차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2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나 이와 관련된 교원노조법 개정이 단시간 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법외노조 문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교조뿐 아니라 진보단체들은 이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하지만, 정부는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덕호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노조아님 통보제도' 폐지 여부도 (핵심협약 비준추진과 함께) 폭넓게 검토·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외노조 문제는 노동부가 소관 부처"라면서 "노동부가 조처하면 후속 조치를 할 뿐 먼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전교조는 정부 출범 3년 차까지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외노조 문제 해결이 더뎌지며 내부 피로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말 위원장 선거에서 법외노조 취소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온건파' 권정오 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이런 피로감의 반영으로 분석됩니다.
교육계에서는 전교조의 세(勢)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때 약 10만명에 달했던 조합원은 현재 약 6만명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전교조 조합원은 2005년 기준 9만900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서는 5만3천여명으로, 10년간 4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앞서 전교조는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수정하고 이들의 가입과 활동을 막으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013년 10월 노동부로부터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로 보지 않음', 즉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습니다.
노동부는 '부당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규약 조항이 '해직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예외적으로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교원으로 간주하는' 교원노조법을 위배했다고 보고 2010년과 2012년, 2013년 세 차례 전교조에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전교조는 법원에 효력정지신청과 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효력정지결정을 세 차례 받아내는 데만 성공했을 뿐 본안소송에서는 1심과 2심 모두 패했습니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해당 사건을 접수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는 결성 30년을 사흘 앞둔 25일 서울에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입니다. 행사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초청받았지만, 법외노조라는 점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