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달러로 환산하면 전저점 깨졌다
입력 2019-05-22 17:52  | 수정 2019-05-22 20:22
코스피를 달러화로 환산하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기록했던 장중 저점인 1980선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환율 변동성이 높고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경계심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1포인트(0.18%) 오른 2064.86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 마감 기준 개인이 7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3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9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미 상무부의 화웨이 거래제한 완화 조치에 힘입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77%), S&P500지수(0.85%), 나스닥지수(1.08%)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 가격을 보여주는 iShares MSCI Korea ETF 기준으로 보면 이미 코스피가 작년 10월과 올해 1월 기록한 장중 저점을 하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9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5월 한 달 만에 벌써 20원 이상 올랐다. 코스피는 작년 10월 급락장에서 장중 1985.95를 기록했으며, 올 1월에는 1984.53을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1월 저점인 1980선 부근에서 바닥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미 외국인 투자자 눈에 비친 코스피는 직전 저점을 깬 상황"이라며 "환율 때문에 원화 표시 자산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데, 이때 원화 추가 약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환산 코스피가 작년 10월 저점보다 낮다고 해도 저평가 매력이 발휘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우려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환율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로 표시되는 주가가 올라도 환손실을 보는 등 자산 가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만약 모든 악재가 다 가격에 반영됐다고 판단하면 저점을 깬 시장이 싸보일 수 있겠지만, 아직 국내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6월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긴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위험 대비 수익의 매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달러 환산 코스피가 이전의 저점 밑으로 내려간 것만으로 외국인 매도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실 외국인들은 달러 환산 코스피 가격을 보고 움직인다기보다 신흥국 전체에 대한 패시브 자금이 드나들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가능성과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은 원화 약세 구간에서는 환차손을 우려하기 때문에 매수를 꺼리게 되며, 원화가 달러당 1200원으로 간다는 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더 팔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95포인트(0.42%) 오른 706.93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외국인은 매도 우위였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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