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한국 생명보험 산업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이슈에 대응을 못할 경우 '평판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험산업을 총괄하는 샐리 임 전무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적으로 ESG 현안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환경)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사회) ▲지배구조와 경영자 리스크(거버넌스) 등이 ESG 주요 현안이다. 임 전무는 "최근 해외 정책과 규제의 변화를 보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보험사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평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ESG 관련 정성·정량적 요인을 신용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임 전무는 "예를 들면 기후변화 관련 심각한 재해가 발생하면 보험사 자본이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따라서 손해보험사는 상품을 다각화해 재해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전무는 알리안츠 등 유럽 대형 보험사들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석탄 화력 발전 분야 투자나 보상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지역은 ESG 분야 후발주자지만 빠르게 적응을 하고 있다"며 "한국 흥국생명의 경우 '그린·사회적 책임·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해 조달된 자금을 친환경 사업에만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디스는 동아시아나 한국 지역의 주요 ESG 현안으로 인구 고령화를 지목했다. 임 전무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한국 보험사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겨냥한 상품과 건강 관련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무디스 연구원도 "한국 보험사들은 보장성 건강 상품, 특히 최근에는 치매보험 등 노후 대비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사회 관련 리스크 대비에 치중하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연구원은 "치매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상품"이라며 "과거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직 리스크를 정확하기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보장성 상품 비율 증가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자본 안정성 강화를 높게 평가하며 한국 생명보험 산업을 '안정적'으로 전망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보험사들의 보장성 보험 비중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저축성 상품을 뛰어넘었다. 지난해에는 보장성 보험 비중(41.5%)이 저축성(33.5%)을 8%포인트 웃돌았다. 김 연구원은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상품 대비 신계약비는 높으나 마진도 상대적으로 높고 금리 민감도가 낮아 보험사업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무디스는 자본 규제 강화 등은 결국 한국 보험산업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전무는 "오히려 한국 건전성 감독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확정돼 발표되면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무는 "한국 보험사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대비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무디스는 한국 생명보험 산업의 3대 리스크로 ▲해외 자산 투자 증가 ▲헤징 비용 상승 ▲레버리지·이자 부담 증가를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해외 대체 투자의 경우 부동산과 SOC(사회적간접자본) 중심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유동성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무는 "한국 보험사들은 해외와 달리 해외 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환율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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