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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린 의뢰인` 유선, 6살 딸 둔 엄마가 아동학대범을 선택한 이유
입력 2019-05-20 09:01 
유선이 배우이기 전에 엄마로, 아동학대범을 연기하며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제공| 이스트드림시노펙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늘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끔찍하지만 그런 일이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조금이나마 이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그 외 어떤 것이든 제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욱 더 악랄해져야 했고요.”
이렇게 말하는 배우 유선(43)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형적인 계모 역을 넘어 진짜 악인이 되려고 했다. 관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할 정도로,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하려고 해야 했다”는 그는 매일 촬영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마음이 무겁고도 힘들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작품을 위해서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고 했다.
현재 방송중인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김해숙의 맏딸로 억척스러운 워킹맘을 연기 중인 유선이 스크린에서는 또 다른 엄마로, 섬뜩한 변신을 보여준다. 22일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의 아동 학대를 일삼는 계모, ‘지숙을 통해서다.
2013년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무참히 학대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의보다는 오로지 성공을 쫓는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은 우연히 학대 받는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 남매를 알게 되지만 그들을 귀찮게 여긴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계모인 지숙에게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끝내 막지 못한 비극에 괴로움을 느낀 정엽은 제대로 된 변호를 시작한다.
유선은 지숙은 분노조절장애가 있고 보험사기를 저질렀던 인물이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부정적인 부모 밑에서 괴물이 돼버린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든 연기하기 위해서는 지숙이 돼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그녀만의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지금은 괴물이 됐지만 그 역시 학대 피해자로 생각했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악한 인간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희극도 비극도, 그 시작은 분명 가정이니까요.”
잔혹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지숙 역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난항이었다. 모두가 유선 역시 역할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 진정성을 응원하며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이미 촬영을 진행 중에, 역시나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한 ‘미쓰백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어요. 정말 좋은 영화였고, 우리 작품을 비롯해 이런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죠.”
아동학대를 다룬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해 유선은 실화를 통해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해 보다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라며 단지 가해자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이런 비극이 일어나기까지 외면하기만 한 방관자들, 법의 한계와 비현실성 등을 총제적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게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목적지를 향해 그가 감수해야할 건 많았다. 목적과는 상반되는 역할을 맡아 매순간 힘든 연기를 해내야 했기 때문. 촬영이 끝나면 여섯 된 딸이 그녀를 맞이했기에 더욱 복잡한 심경이었을 터.
유선은 어떻게 보면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더 용기낼 수 있었던 도전이었다”고 했다. 나 역시 아동학대 관련 뉴스를 피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나서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고, 외면하기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 영화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정말 잘 만들자는 각오가,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정엽에게 요즘 어른들의 모습이 투영됐다. 내가 작품 안에서 맡는 역할보다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주제가 있어야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관객들이 정엽과 똑같은 깨달음을 얻고 극장을 나서면 좋겠다.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 어떤 어른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예방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동하기도 한 유선은 홍보대사 제안이 왔을 때 내가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동학대의 80%가 친부모에 의한 것이라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다”고도 했다.
아이의 행복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그리고 어떤 세상이 오는가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은 결국 가정이더라고요. 부모가 됐다면 주어진 여건 안에서 책임을 다해야 해요.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잘 자라게 해줄 최고의 자양분은 사랑이니까. 그걸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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