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삼·톳·냉이 넣은 한국식 중국요리…中 사람들도 엄지척"
입력 2019-05-16 15:57  | 수정 2019-05-17 17:09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장 구광신 셰프. [사진 제공 =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

"한 번은 동파육에 냉이를 갈아 만든 소스를 둘러서 내드렸더니 중국 손님들이 드시면서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더라구요. 냉이는 알지만 동파육에 냉이 소스가 들어갈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던 거죠. 나중에는 레시피도 적어갈 만큼 반응이 좋아 뿌듯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중식당 파크루안에서 만난 구광신 셰프는 "한국도 국내산 재료로 훌륭한 중식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구광신 셰프는 현재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장을 맡아 한국 식재료로 만든 중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구 셰프가 지금까지 연구한 한국 식재료만해도 해삼과 제주 톳, 미역, 군소, 냉이, 두릅 등 10여가지가 넘는다. 파크루안에서는 청경채대신 두릅에 굴소스를 올려 선보인다. 해삼알을 갈아서는 스프를 만들고, 중국식 김치인 자차이는 제주산 톳을 절여 내놓는다.
구 셰프는 "한국식 중국요리는 한국화된 중식요리인데, 중국식 요리로 오해를 받는 일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식 중국요리는 기름을 정통 중식의 30% 밖에 쓰지 않을 뿐 아니라 향신료도 강하지 않고 해초류를 식재료로 많이 쓰기 때문에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찬문화교류협회는 1985년 화주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단체다. 당시에는 화교 출신들이 국내 중식당 주방을 꽉 잡고 있었다. 구 셰프는 2015년부터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요리사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화교 출신인 본인으로서는 선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구 셰프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식 요리사 10명 중 8~9명이 화교일 정도로 한국 요리사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며 "같은 조리사인데 복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호텔에서도 승진이 늦는 모습을 보면서 장벽을 없애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구 셰프는 한국과 화교 요리사들의 단합을 위해 '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를 만들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아시아권 요리사들이 중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대만과 싱가포르, 중국, 필리핀, 등 각 나라별 요리사들이 참여하며 서울시관광재단에서 지원을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약 100명 이상의 요리사들이 예선에 출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구 셰프는 "한국 중식 셰프들이 뭉칠 수 있는 장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식재료나 기술 등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식요리경연대회를 통해 글로벌 기술을 교류하고, 또 한국식 재료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단체전 우승팀은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닥터셰프팀이 차지했다. 당시 선보인 요리로는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멍게 멘보샤, 염각 뿔소라 등이 있다. 심사는 여경래 셰프 등 각 나라별 전문가들이 맡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결선을 서울이 아닌 중국 호북성 양양에서 열 예정이다.
구 셰프는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초원과 산이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좋은 식재료를 멀리 찾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을 요리사들이 기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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