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사권 조정 앞둔 검·경…전직 수장 '맞불 수사' 정면충돌
입력 2019-05-15 17:06  | 수정 2019-05-22 18:05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여론전을 펴던 검·경이 결국 서로의 전직 수장에 대한 공개수사에 나서며 정면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검찰이 불법 선거 개입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등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경찰이 부하 검사의 비위 사건을 묵인한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알리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오늘(1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오늘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고발을 토대로 김 전 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뒤 이를 위조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적절한 징계 없이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고, 서울청은 사건을 같은 달 30일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통상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 기관에 서류가 접수되는 즉시 입건되는 형식임을 고려했을 때 오늘 갑자기 입건 소식이 알려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일각에서는 아직 임 부장검사와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며 "김 전 검찰총장 등 4명도 직접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습니다.

강 전 청장 시절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 현 경찰청 외사국장과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도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일각에서는 전직 경찰 수장 2명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청구되고, 이들이 언론의 포토라인에 선 상황을 두고 검찰의 '의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전직 청장들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유가 있는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은 민주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사건처리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공개 반박했습니다.

일단 검경 모두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수사들이 수사권 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양쪽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만큼 양쪽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수사권 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검찰과 경찰은 오늘 밤늦게 결정 날 것으로 보이는 강신명·이철성 경찰청장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오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전직 경찰청장으로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은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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