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무역분쟁 엎친데 MSCI 덮치나…"1조대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입력 2019-05-14 17:52  | 수정 2019-05-14 20:57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 변경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수급 악재까지 겹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MSCI 편입 비중 변경으로 패시브 펀드 자금만 국내 증시에서 1조원이 넘게 이탈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4일 MSCI는 MSCI 신흥국지수에서 중국A주 편입비율을 5%에서 1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 MSCI 신흥국지수에서 중국A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73%에서 1.76%로 늘어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도 MSCI 신흥국지수에 새로 편입된다. 두 국가는 MSCI 신흥국지수에서 각각 1.42%와 0.26%를 차지하게 된다. 이 같은 편입비율 조정은 5월 말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에 발표한 대로 11월까지 중국A주 편입비율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첫 움직임이다.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 변경은 한국 증시엔 부정적인 소식이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다른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경우 한국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글로벌 펀드가 MSCI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해 투자한다. 이들이 펀드 포트폴리오를 MSCI 지수 변화에 따라 재조정할 경우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패시브 펀드 자금만 1조원이 넘게 빠져나갈 전망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MSCI의 비중 변경에 따라 외국인 패시브 자금 매도 규모는 1조~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미·중 무역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과 겹치면서 단기 수급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불안한 환경에 처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는 국내 수출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까지 순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5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5월 2일부터 8일까지 4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액은 429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강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도액은 5220억원에 이른다. 한편 코스피는 불안한 가운데서도 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3포인트(0.14%) 오른 2081.84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2080선을 회복했다. 기관은 33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851억원, 599억원을 순매도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전망에 대해 "미·중 관세전쟁 심화로 위험자산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증시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도 나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우려 뒤편에는 유럽의 경기 저점 통과와 중국 실물지표 회복, 글로벌 재고 사이클 개선 등 긍정적 요인들이 있다"며 "또한 미국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신흥국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