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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벗어” “네” 스위스 최다 우승팀 강등 충격에 팬 난동
입력 2019-05-14 16:16 
그라스호퍼는 12일(현지시간) 루체른과 2018-19시즌 스위스 슈퍼리그 33라운드 루체른전에서 기적을 만들지 못했다. 사진=그라스호퍼 SNS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스위스 리그 최다 우승팀의 강등이 현실로 다가오자, 팬 난동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2일(이하 현지시간) 그라스호퍼는 루체른과 2018-19시즌 스위스 슈퍼리그 3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1분 자책골로 0-4로 뒤졌다. 전반 종료 직전 마르코 바시치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까지 몰린 그라스호퍼가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은 0%였다.
그라스호퍼는 이날 승점 3을 따지 못할 경우 2부리그 강등이 확정이었다. 애초 그라스호퍼 팬에게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었다.
32라운드까지 5승(9무 18패)에 그친 그라스호퍼는 9위 크사막스(승점 36)과 승점 12차였다.
스위스 슈퍼리그는 10위는 2부리그(챌린지리그)로 자동 강등하는 반면, 9위는 2부리그 2위와 승강 플레이오프 기회가 주어진다.
그라스호퍼가 잔여 4경기를 다 이기고 크사막스가 다 져야 승점이 같아지지만, 두 팀의 골 득실차는 15골이나 됐다.
그라스호퍼는 지난해 11월 25일 장크트갈렌을 2-1로 꺾은 게 마지막 승리였다. 이후 17경기 연속 무승(7무 10패) 중이었다.

그라스호퍼의 잔류 가망성이 없어지자, 스위스포르 아레나를 찾은 그라스호퍼 팬은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하나둘씩 뛰어내렸다. 주심은 경기를 중단했다. 안전요원과 경찰이 나서 그라스호퍼 팬과 대치했다.
주장 하인츠 린드너가 중재에 나섰으나 그라스호퍼 팬은 꼼짝하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으니 벗어”라는 일부 그라스호퍼 팬의 성난 요구에 그라스호퍼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어 건네주기까지 했다.
끝내 경기는 중단됐다. 스위스 슈퍼리그는 루체른의 몰수승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라스호퍼의 강등은 결정된 셈이다. 그라스호퍼는 남은 3경기를 다 이겨도 9위 크사막스와 승점 12차를 뒤집지 못한다.
그라스호퍼 팬이 난동을 부린 건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취리히를 연고로 하는 그라스호퍼는 1886년 창단해 스위스 리그(27회) 및 FA컵(19회) 최다 우승을 자랑하던 명문 팀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그라스호퍼가 스위스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마지막 시즌은 2002-03시즌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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